"윤리적 관념과 도덕심도 진화의 산물로 봐야 합니다. 사회가 진화의 결과물이듯, 도덕적 현상 역시 진화의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Ethical ideas and sentiments have to be considered as parts of the phenomena of of evolution, with society as a product of evolution, and with moral phenomena as products of evolution.)(허버트 스펜서, <윤리학의 원리>
허버트 스펜서는 이 오랜 철학적 물음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도덕은 신이 내린 절대적 규범이 아니라, 인류가 더 나은 삶을 위해 발전시켜 온 지혜의 결실입니다. 스펜서는 도덕이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났다고 봅니다. 초기 인류는 생존을 위해 협력이 필요했고, 이 과정에서 도덕의 씨앗이 싹텄습니다. 함께 사냥하고 음식을 나누는 일상적인 경험들이 쌓이면서 ‘공동체의 지혜’가 형성된 것입니다.
이러한 도덕은 멈추지 않고 성장합니다. 처음에는 가족과 부족이라는 좁은 울타리 안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지구 환경과 미래 세대까지 생각하는 수준으로 확장되었습니다. 도덕이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하는 살아있는 현상임을 보여주는 것이죠. 또한 스펜서의 도덕관은 매우 실용적입니다. 마치 생물이 환경에 적응하듯, 공동체의 번영에 도움이 되는 도덕 규범은 살아남아 발전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도덕은 추상적 관념이 아닌, 더 나은 삶을 위한 실질적인 도구입니다.
이러한 통찰은 현대 사회의 윤리적 과제들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를 제공합니다. 기후 위기는 인류가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야 한다는 새로운 도덕적 과제를 제시했고,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개인정보 보호나 인공지능의 윤리적 활용과 같은 새로운 기준을 요구합니다.
개인의 삶에서도 도덕적 판단은 단순히 규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아야 합니다. 도덕적 판단은 정해진 가치와 규칙에 대한 맹목적 적용이 아닙니다. 내 삶에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선택의 기준입니다. 살아가며 때로는 서로 다른 가치가 충돌하기도 하고, 복잡한 상황에서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스펜서의 관점은 우리에게 중요한 힌트를 줍니다. 도덕은 고정된 규칙이 아니라 살아있는 지혜라는 것, 그래서 우리는 각자의 상황에서 최선의 판단을 내리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한계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의를 향한 열망이나 자기희생적 사랑은 단순히 생존을 위한 본능으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예술을 향한 열정이나 인간애 같은 가치들은 생물학적 진화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고유한 인간 경험을 보여줍니다. 정의를 향한 열망이나 자기희생적 사랑 같은 인간의 고귀한 가치들은 단순한 생존 논리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칸트가 강조했듯이, 도덕은 실용성을 넘어 보편적 원칙에 기초해야 한다는 시각도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스펜서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도덕은 굳어진 규칙이 아닌 살아있는 지혜이며, 우리는 새로운 도전 앞에서 이 지혜를 계속 발전시켜야 합니다.
스펜서는 도덕을 생물학적 진화와 사회적 변화의 맥락에서 살아있는 지혜로 보았습니다. 그는 도덕이 단순한 규칙이 아니라, 시대와 상황에 따라 최선의 선택을 위한 방향성을 제공한다고 강조합니다. 현대의 도덕적 과제, 예를 들어 기후 위기와 디지털 윤리 문제, 그리고 인간애와 정의를 위한 노력은 이러한 관점을 통해 더욱 풍부하게 이해될 수 있습니다. 도덕은 과거의 유산과 현재의 도전을 연결하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실천적 지침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우리는 도덕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 스펜서의 이 물음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이에 답하는 것은 철학적 사유를 넘어,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실천적 과제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