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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 없다고 느껴져야 진정한 리더다

by 정지영

"가장 높은 군주는 백성들이 그가 있는지조차 모른다. 그 다음은 그를 친밀하게 여기며 칭송하는 군주이고, 그 다음은 두려워하는 군주이며, 그 다음은 업신여기는 군주이다. 군주가 믿음을 주지 못하면 백성들도 불신한다. 올바른 군주는 신중하며 말을 아끼며, 공을 이루고 일이 성취될 때 백성들은 모두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이다."라고 말한다."(太上下知有之其次親而譽之其次畏之其次侮之信不足焉有不信焉悠兮其貴言功成事遂百姓皆謂我自然)(노자, <도덕경> 14장)


우리는 흔히 강한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를 선호합니다. 대중 앞에서 자신감 있게 연설하고, 정책을 단호하게 추진하는 지도자는 신뢰를 얻기 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지도자의 역할이 단순히 강한 모습만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지도자의 본질적인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노자는 "가장 높은 군주는 백성들이 그가 있는지조차 모른다"라고 말하며, 이상적인 지도자는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백성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흔히 생각하는 리더십과는 정반대의 개념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가장 강력한 지도력이 될 수 있습니다.


노자가 말하는 이상적인 지도자는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지 않고, 신중하게 말하고 행동하며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큰 일을 해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최고의 리더십은 공동체 구성원들이 리더 덕분에 어떤 일을 성취했다고 느끼지 않고, 자신이 "스스로 해낸 것이다"라고 느낄 수 있을 때 실현됩니다.


반면, 지나치게 칭송받는 지도자는 대중적 인기를 누릴 수 있지만, 정책보다 이미지와 홍보에 집중할 위험이 있습니다. 일부 지도자는 단기적인 지지를 얻기 위해 인기 위주의 정책을 펼치지만, 장기적인 발전에는 기여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권위적인 지도자는 강압적인 방식으로 통치하며 국민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줍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결국 불만과 저항을 초래합니다. 부정부패로 신뢰를 잃은 지도자는 국민의 지지를 상실하고 사회적 불안을 초래하며 국민들로부터 업신여김을 당합니다. 지도자가 신뢰받지 못하면 정부와 사회 전체가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노자가 말한 리더십을 현대 사회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첫째, 신뢰와 자율성을 강조하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노자는 지도자가 신뢰를 주고 백성들이 스스로 움직이게 할 때 가장 이상적인 상태가 이루어진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현대의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 개념과도 연결됩니다. 좋은 리더는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관계를 형성해야 합니다. 직원들에게 자율권을 부여하고 실수를 포용하는 조직은 창의성과 생산성이 높아집니다. 반대로, 지나친 감시는 조직 내 불신을 초래합니다.


둘째, 두려움과 강압에 의존하는 리더십은 한계를 가집니다. 노자는 지도자가 강압적인 통치를 하면 백성들이 두려워하고, 힘이 약해지고 신뢰를 잃으면 경멸받게 된다고 경고합니다. 현대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권위적인 리더는 단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창의성을 억제하고 신뢰를 무너뜨립니다. 연구에 따르면 두려움 기반의 리더십은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조직 충성도를 낮춥니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성공을 거두기 어렵습니다.


셋째, 구성원들이 스스로 어떤 일을 성취하도록 환경과 조건을 조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노자는 이상적인 지도자가 신중하게 행동하고 말을 아끼며, 모든 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게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현대의 '조력자형 리더(Enabler Leader)' 개념과도 유사합니다. 잭 웰치는 "리더가 되기 전에는 성공이란 자신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리더가 되면 성공이란 다른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위대한 리더는 자신이 앞에 나서기보다는 팀이 빛날 수 있도록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우리는 어떤 리더를 따르고 있으며, 또 어떤 리더가 되어야 할까요? 혹시 주변을 통제하려 하기보다 신뢰하고 맡김으로써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은 없을까요? 노자의 통찰을 되새기며,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서 '보이지 않는 힘'을 발휘하는 리더십을 고민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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