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는 우리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정부는 악함에 의해 만들어진다. 전자는 우리의 정을 하나로 모음으로써 적극적으로 우리의 행복을 증진하며, 후자는 우리의 악행을 제어함으로써 소극적으로 행복을 증진한다."(Society is produced by our wants, and government by wickedness; the former promotes our happiness positively by uniting our affections, the latter negatively by restraining our vices.)(토마스 페인, <상식> 중에서)
오늘날 우리는 정부와 사회의 역할을 두고 끊임없이 논쟁합니다. 정부는 시민의 자유를 보호해야 할까요, 아니면 질서를 위해 규율을 강화해야 할까요? 우리는 정부 없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아니면 무질서에 빠질까요? 이러한 질문은 단순한 정치적 논쟁이 아니라, 우리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18세기 혁명의 시대를 살았던 철학자 토마스 페인(Thomas Paine)은 이에 대해 분명한 답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사회는 인간 본성에서 비롯된 축복이며, 정부는 인간의 악덕 때문에 불가피한 필요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그의 통찰은 오늘날에도 유효할까요?
토마스 페인(17371809)은 영국 태생의 정치 철학자로, 미국 독립 혁명과 프랑스 혁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는 1776년 <상식(Common Sense)>이라는 제목의 책을 통해 미국 독립의 정당성을 설파하며 영국 왕정을 강력히 비판했고, 이후 <인권(The Rights of Man)>에서 민주주의와 시민의 권리를 주장하며 프랑스 혁명을 옹호했습니다.
토마스 페인의 사상은 18세기 영국, 미국, 프랑스의 정치적 격변 속에서 형성되었습니다. 당시 영국은 강력한 군주권을 행사했으며, 미국 식민지인들은 높은 세금과 정치적 억압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독립운동이 확산되었고, 페인은 독립을 촉진하는 사상적 기반을 제공했습니다.
프랑스 혁명에서도 그는 구체제(Ancien Régime)의 전제정치를 비판하며, 국민의 권리와 자율적인 정부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따라 그는 정부는 국민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악이며, 그 역할을 넘어서면 시민은 저항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페인은 사회와 정부를 명확히 구별합니다. 사회는 인간이 협력하고 공존하며 행복을 추구하는 자연스러운 공동체입니다. 가족, 친구, 이웃과의 관계는 신뢰와 사랑을 바탕으로 유지됩니다. 반면, 정부는 인간의 본성이 완벽하지 않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탐욕, 시기, 부정직함이 갈등을 초래하기 때문에 정부가 필요해진 것입니다.
즉, 사회는 자발적이고 자연스럽지만, 정부는 강제적이고 인위적입니다. 협력을 통해 얻는 행복은 본능적이지만, 법과 제도에 의해 행동이 제한되는 것은 억제적인 요소가 됩니다.
페인은 정부를 ‘필요악(necessary evil)’이라 표현하며, 그 이중성을 지적합니다. 정부는 질서를 유지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지만, 동시에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권력을 남용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보면 정부는 폭정과 억압의 도구로 변질된 사례가 많습니다. 독재 정권, 부정부패, 권력 남용은 정부의 본래 목적을 벗어나 시민을 억압하는 방향으로 흐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법과 제도가 없다면 인간 사회는 무질서에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현대 민주주의에서도 페인의 통찰은 유효합니다. 시민들은 정부가 최소한의 역할을 넘어서 과도한 권력을 행사하지 않도록 감시해야 합니다. 정부의 부패와 권력 남용을 견제하지 않으면, 정부는 본래의 필요악을 넘어 거대악으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특정 정치 이념에 맹목적으로 지지를 보내며 정부의 부작용을 심화시키기도 합니다. 특정 계층이나 집단의 이익을 우선하는 정부는 공정성을 상실하게 됩니다.
오늘날 정부의 필요악이 거대악으로 변질되는 현실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과도한 개입, 독재적 정책, 권력 집중화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며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습니다. 이는 페인이 경고했던 정부의 위험성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은 정부의 역할을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부패와 권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견제를 지속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페인은 잘못된 정치 권력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았을까요?
페인은 시민들이 부당한 정부에 맞서기 위해 끊임없이 깨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정부가 국민의 자유를 침해할 때, 시민들은 비판적 사고를 바탕으로 이를 인식하고,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며 민주적 개혁을 요구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정부의 정당성을 평가하고 올바른 정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단순히 특정 정치적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정부를 감시하고 민주적 가치를 지키려는 지속적인 의지를 가져야 함을 의미합니다.
최근 사람들 중 일부는 정치가 필요악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정치가 잘못된 방법으로 권력을 행사하며 최소한의 필요악이 아닌 최대한의 거대악으로 전락하는데도 비판 없이 옹호하는 데 치우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들에게 정치란 자신들의 욕망을 완전하게 실현시켜줄 도구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의 주장을 밑바탕에는 자신과 다른 생각과 입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불신, 적개심만이 가득합니다. 잘못된 정치 권력은 이런 불신과 갈등을 양분으로 하여 권력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만 혈안이 되고, 그로 인해 국민 전체의 행복과 안녕은 무시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좋은 정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합니다. 페인의 통찰을 바탕으로 시민으로서 정부를 감시하고,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며, 자율적인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정부를 원하는가?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페인의 사상을 현대적 맥락에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