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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Apr 10. 2019

어젯밤 꿈에 평소보다 차가운 당신을 봤어요

어젯밤 꿈에 평소보다 차가운 당신을 봤어요

나는 불안에 떨며 내가 뭔가 잘못한 것 때문에 그럴거라 생각했죠

평소같이 대화를 주고받는 내내 머릿 속 한편에는 무언가 불길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두려움에 사로잡혔어요

그래서인지 평소보다 더 말을 많이 걸었죠

말을 많이 하다보면 당신이 웃고 그러다보면 아무 일 없던 듯 이 불안함이 사라질거라구요

아니 어쩌면 이 모든 것은 오늘따라 예민한 기분 탓이었구나 아무렇지 않게 지나갈 것 같아서요

그러다 문득 눈 앞의 당신이 아닌 나 자신이 보였어요

사랑한다 하면서도 머릿속에는 수많은 비교와 계산을 하고 있는 작고 약한 사내가 보였어요

가진 것도 없고 못난 주제에 자존감까지 없는 사내

운좋게 들어온 축복을 벌써 잊고 주변을 기웃거리는 추한 남자가 보였어요

당신이 차갑게 보였던 것은 무의식 너머 이것저것 셈하는 나의 굴절된 눈과 마음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죄책감에 눈을 뜨고 말았어요

오늘 다시 당신에게 말을 걸어요

당신은 반갑게 인사를 건내주네요

그런 당신을 보고 나는 한층 더 깊은 죄책감을 느껴요

그리고 더 잘 해야겠다

더 나은 사람이 되야겠다는 다짐을 하여요

온전한 사랑을 같이 누리는 하나된 둘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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