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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채현 Jun 02. 2017

고마운 분들께 집중하기 위해서 무례한 손님은 안받습니다

어쩌다 우리는 이런 근거 없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는가.

그 가게의 물건을 팔아준다고 해서 그 주인을 혹은 종업원을 모욕할 권리가 있다는 천박한 믿음을 가지게 되었는가.


매스노트가 전국사업화 된 것이 4년 되었는데 아직도 전화벨이 울리면 가슴이 쿵쾅거린다. 아직도 상당수의 전화를 직접 받고 있는데 이 부분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문제를 완벽히 대처하는 법을 알지 못하는 채로 우리 직원에게 그 일을 대신하게 할 수 없어서다. 무슨 문제일까?


전화를 받다보면 정말 기가 막히는 경험들을 많이 하게 된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1544” 로 시작하는 번호로 전화를 걸어서 만나게 되는 “여성”들에게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슬프게도 우리 회사 전화번호도 1544로 시작하고 대부분의 전화를 직접 받고 있는 나는 남자 목소리를 흉내낼 줄 모른다.


처음에는 “고객이 왕”이라는 잘못된 믿음 때문에 우리 쪽에 잘못이 없을 때조차 그저 “죄송하다”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그저 무조건 죄인 모드였다고 할 수 있는데 이건 최악의 방법이었다. 왜 최악이냐구? 세상 누구도 그렇게 억울하게 살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돌아보니 그때는 나 자신이 자존감 자체가 너무 낮아서 그렇게 일을 악화시키는 쪽으로 대처했던 것 같다.


다행히도 참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계속 그런 죄인 모드를 유지할 수는 없었다. 더구나 나는 참을성이 별로 없는 편이어서 곧 다른 모드로 진입했는데 그게 방어 모드였다. 모든 전화에 방어적으로 응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 역시 최악의 방법이다. 방어는 오히려 공격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결국 불필요한 말싸움이 종종 벌어지게 되었고 그런 반복은 너무나 큰 에너지를 무의미한 곳에 낭비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더 이상 이런 일에 나의 귀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해서 스스로 발목 잡히는 꼴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자각이 들었다. 나 자신의 성장에 집중하겠다고 결심했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더 넓은 시각을 가짐으로써 잘못된 행동을 유발하는 원인들을 정리해 나갈 수 있다고 믿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나는 반드시 이 문제를 넘어설 것이다.


이런 문제는 전화 응대를 하는 개인의 대처 능력에 의존해서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나 자신도 지난 4년간 그렇게 믿어왔다. 그래서 상대에게 말려들지 않는 방법을 찾기 위해 “반응하지 않는 연습”을 비롯해 온갖 책들을 찾아 읽었다. 명상을 하고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조절했다. 이런 노력은 여러 가지로 인생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좋았다.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효과도 있었다. 앞으로도 이런 개인적인 정신력 향상을 위한 노력은 계속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그렇게만 접근해서는 결코 풀 수 없다. 다른 각도에서 보아야 한다. 나는 팀 페리스의 4시간이라는 책을 통해 해법을 찾았다.


고객은 왕이 아니다.

우리는 엄청나게 뿌리가 깊은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런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했을 만큼 오래된 잘못된 생각을. 바로 “고객이 왕이다”라는 생각.


지금 그 책이 나한테 없어서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었다) 정확한 문구를 인용하기가 어렵지만 핵심은 다음과 같다. 흔히 80대 20의 법칙이라고 알려진 파레토의 법칙에 따라 분석을 해보았더니 회사 수익의 80%는 20%의 고객에게서 나오는데 이 20%의 고객은 회사에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주면서도 무리한 요구나 트집 잡기 등의 부정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반대로 회사 업무의 80%는 말하자면 진상 고객을 응대하는 것으로 채워지고 있었는데도 이런 고객들은 정작 회사의 수익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었을 때 말 그대로 전율했다. 우리 회사에 적용해보았을 때도 거의 같은 결과가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리한 요구를 하고, 무례한 언사를 일삼고, 작은 잘못에도 엄청난 대가를 요구하는 이른바 진상 고객들을 어떻게 응대해야 할지 골머리를 앓고 있었던 나는 그야말로 날아갈 듯한 해방감을 느꼈다. 지난 4년간의 경험을 돌아보더라도 결과는 같았다. 그런 고객들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고마워하지 않았고 결코 만족하는 법이 없었으며, 우리에게 수익을 가져다주지도 않았던 것이다! 설령 어느 정도의 수익을 가져다준다고 하더라도 그 수익을 과감히 포기하고, 80%의 수익을 올려주고 있는 20%의 고객에게 집중하는 편이 훨씬 더 회사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 회사는 80%의 수익을 가져다주는 고객에게 집중할 것이다. 무례한 행동과 언사는 어떤 경우에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선언할 것이다. 이를 보다 체계화할 수 있는 장치를 하루라도 빨리 마련해서 바로 도입하겠다. 이것은 회사를 키우는 좋은 방법인 동시에 내가 살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조치이다.


지난 4년간의 경험을 말하자면 전화 벨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은 약과고 온갖 신경성 질환에서 벗어날 날이 없었으며 죽도록 불행했다. 그야말로 불행했다. 어떻게 하면 불행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당당하게 이 업무를 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방법만 찾으면 내가 아닌 다른 직원에게 이 업무를 넘길 수가 있을 텐데 그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어떤 날은 방법을 찾은 것 같다가도 다른 상황에서는 다시 무너졌다. 나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문제였다. 내가 풀지 못하는 숙제를 남에게 떠넘길 수가 없었으니 그 문제를 끌어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아.. 그 문제는 안 풀어도 되는 문제였다는 것을 모르고, 아니 안 풀어야 하는 문제였다는 것을 모르고 그렇게 헤맸던 것이다.  


고객은 왕이 아니다. 어쩌다 우리는 이런 근거 없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는가. 그 가게의 물건을 팔아준다고 해서 그 주인을 혹은 종업원을 모욕할 권리가 있다는 천박한 믿음을 가지게 되었는가. 나 자신도 일상적으로 고객의 입장이 될 때가 있다. 그때 이런 잘못된 생각에 기인한 행동이 나오지 않도록 더욱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내가 내보내는 행동과 생각이 결국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너무나 화가 많이 나 있다.

나 역시도 너무나 화가 많이 나 있었다. 화가 잔뜩 난 채로 살아왔다. 가슴 속에 서러움이 한 가득이었다. 세상이 내 편이 아니라고 믿었기 때문에. 그런데 그렇지 않다. 세상은 언제나 내 편이었는데 내가 인정하지 않았을 뿐이다. 못 믿겠는가. 그렇다면 다음 번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을 때 마음속으로 내 전화를 받은 상담원의 행복을 빌어보라. 그것만으로도 작은 기적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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