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뼛쭈뼛..
수영 첫날,
그 전날 긴장감으로 뭘 넣은지도 모른 채 챙긴 가방을
피난민 마냥 끌어안고는 락커룸으로 들어갔다.
자연스레 (라고 쓰고 누가 봐도 처음 온 애인 걸 티내면서) 옷을 벗고
샤워실로 들어갔다.
등록할 때 샤워 하고 들어가야 한다고 세상 강조하셔서,
샤워 물품은 잘 챙겨왔다.
주섬 주섬 두리번 두리번 하며 샥샥 씻는데.
응?!
수영복을 다들 꺼내서 입으신다.
계속 눈치를 보다가
옆에 큰언니(?)분께 여쭤본다.
"저.. 저기..
수영복은.. 여기서 입는 거에요...?"
"아하하하!! 수영복 여기서 입고 저리로 바로 내려가야지!
새댁이야 안 갖고 왔나?!!"
"아... 아, 네..
제가 40년만에 처음이라..
갖고 와야 되는구나..
그렇구나.."
라며 혼자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TMI를 방출하면서,
궁시렁 거리다가 눈치보면서 락커룸으로 가
후다닥 수영복을 가져왔다.
수영복이든 수모든 물이 있어야 더 편하게 입을 수 있다니!
씻으면서 바로 입으면 되다니!
그리고 가방은 샤워실에 걸어두고,
수영 후 다시 그 샤워실에 들어와 씻고 나오면 된다는 것.
수영 첫날부터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너무 당연한 거라 그 누구도 샤워실에서 수영복을 입어야 한다는 걸 알려주지 않았다.
다녀와서 신랑에게 이야기 했더니,
'아 맞다...'
라고만 한다.
저기요..?
(그 와중에 수건도 안 가져간 건 안 비밀..
너무 긴장해서 정신 놓고 짐 싼 게 분명하다..)
그랬던 내가,
2주 후에는
생존 수영 온 쪼꼬미 아이들이 수영복 입느라 낑낑거리는 동안
샤워물 틀어주며 수영복 적셔서 입을 수 있게 도와주는
세상 오지라퍼가 되었다.
이제 안다!
수영복은 물에 잘 적셔서 입어야 된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