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 체력의 수영 대참사
수영 첫날.
다리가 후들거리는 건 물론이거니와,
제대로 설 수 없고
머리가 핑핑 돌아 집에 오자마자 누울 수밖에 없었다.
배가 고프긴커녕
너무 힘들어서 입맛도 없어졌던 첫날이 아직도 생각난다.
태생이 저질 체력인 건지,
워낙에 잘 움직이도 않고,
움직이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건지,
(둘 다 일 가능성도 보이지만)
체력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아서 걱정 아닌 걱정을 했다.
등산은커녕 조금만 빨리 걸어도 헥헥 거리며
말을 할 수 없는 수준이 되어버리니.
그런 내가 수영을 시작했으니 말해 뭐 하나.
수영을 시작한 4월 한 달은 염증 인간이 된 건 너무 당연했다.
소실적엔 몸이 피곤하면 입 안이 다 터졌는데,
아이를 낳고 나서는 이상하게 귀 뒤에 불룩하게 염증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이걸 시작으로
피곤해서 잇몸이 퉁퉁 부어 조금만 단단한 걸 씹어도 잇몸이 아팠고,
혓바늘도 3군데가 동시에 난리 났다.
급기야 손가락 끝 관절이 아프기 시작했다.
워낙 키보드를 많이 치니 단순히 그 통증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 종종 아프던 관절과 부위가 달랐다.
손가락 끝 관절이 이렇게 아팠던 적이 있는가?
그러다 찾아보고 의사에게 물어보니,
피곤해서 염증이 생긴 거라고 한다.
아하하하
손가락 끝 관절에도 염증이 생길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피곤해서 생긴 염증이라 보통은 버티는데,
손가락 관절이 너무 아파 그냥 견딜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소염진통제를 복용했다.
4월 첫 주부터 시작된 염증들이
셋째 주가 지나서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그런 상태가 4주나 지속된 거다.
그러고 나니 그나마 집에 와서 밥을 차려 먹을 힘은 생겼다.
(입맛은 계속 없어도 좋을 텐데.. -_-)
생각해 보니 이렇게 감사할 일이 어디 있을까?
내가 이 수영이라는 운동이 아니었다면,
육지 운동 중에서는 체력을 키울 수 있는 운동이라곤 할 생각이 전혀 없기도 하고
할 수도 없는데 말이다.
지금 2달이 다 되어 가는데,
여전히 체력도 안 좋지만 말이다.
어제 토요일 자유수영을 갔다가 좀 무리했다고
하루종일 정신 못 차리고.
그럼에도 나아지고 있다는 점이,
나의 체력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점이,
나의 체력이 내일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점이
감사하다.
체력이 국력!이라는 말을 떠올리면서
체력이 인력!
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수영이 주는 최고의 선물, 체력이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