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특별한 곳을 찍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담고 일상을 특별히 여기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내 주변 언제 어디에서나
시간과 공간의 흩어져가는 순간을 담아내어
아름다움을 순간으로 남기는 것,
그것이야말로 사진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계절은 바뀌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작년에 보았던 그 모습이 지금은 그 모습이 아님에
삶의 허무함도 함께 밀려오지만
나이가 들수록 내 주변의 자연을 더욱 사랑하게 되는 이유는
내가 그때 그곳에 있었음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음이 아닐까.
사람은 늘 떠나가기만 했다.
내 곁에 남아있는 사람은 결국엔 가족뿐이었고
새로운 사람이 내 곁을 오고 가며
어쩌면 헛될지 모르는 인간관계에 목메다가
어느 순간
변하는 자연의 모습에 나를 가볍게 비어내고픈 욕망이 생겼다.
그런 이후로
늘 사진기를 들고 다니며
별 것 아닌듯한 주변 일상이지만
다가가면 놀라움이 가득한 모습으로 날 반기는 그 사실ㅇ에 감사해한다.
나는 올해 가을도
자연의 이치대로 아름답게 물드는 단풍과 낙엽을 곁에 둘 수 있음에 감사해한다.
이와 함께 내 사진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자연을 닮아가고 있다.
불과 작년에 찍은 사진도 기억하지 못하고
올 해도 당장 지금에 바삐 쫓기며
온갖 걱정거리를 어깨에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지만
유일한 위안은
늘 떠나기만 하는 인간관계가 아니라
늘 내 곁에서 이치대로 흘러가는
자연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