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차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놓음이다. 내려놓음은 일의 결과나 세상에서의 성공과 실패를 뛰어넘어 자신의 순수 존재에 이르는 내면의 연금술이다. 내려놓지 못할 때 마무리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은 또 다른 윤회와 반복의 여지를 남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진정한 내려놓음에서 완성된다. - 법정스님. ‘아름다운 마무리’(문학의 숲, 2008)
아침에 일어나 모닝 페이지를 기록하고 환기를 시키며 인센스에 불을 붙여 고여있는 무거운 마음을 날려 보낸다. 따듯한 물을 준비해 차 한 잔을 내려마시며 초콜릿 한 조각을 곁들인다. 고요한 마음으로 잠시 동안 명상을 하고, 얼른 창문을 닫는다. 입춘이 지났지만 여전히 차가운 공기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든다.
그러고 나서 어제 읽었던 책을 펼쳤다. 여러 번 곱씹으며 의미를 되새기고 싶어서. 이미 눈으로도 여러 번 읽었지만, 손으로 한 번 더 기록한다. 시작과 끝은 연결되어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있지만, 그 끝을 아름답게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좋아하고 존경하는 법정스님의 글을 되뇌면서 입춘 다음날을 시작한다. 어수선한 마음을 단단히 정돈해야 새 바람도 담아낼 수 있으리라.
감사한 인연에게 받은 선물 덕분에 따듯한 오전을 보냈다. 이미 충분히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않기를. 늘 기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