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속에 피어나는 아포리즘>
작가님, 안녕하세요!
한 달여 동안 몇 편 되지 않는 글에 공감해 주시고, 따뜻한 격려를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연재에 앞서, 이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앞서서 두서없이 자판을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브런치 북에서 연재를 시작할 글의 제목은 <파블로 네루다에게 답하다>이고 부제목은 <질문 속에 피어나는 아포리즘>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의 과거를 꺼내어 현재의 나와 연결시키는 일, 그리고 읽는 대상과 공명할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아닐까 합니다.
대학교 4학년 2학기, 졸업을 앞두고 작은 출판사에 발을 들였습니다. 그곳에서 편집과 인쇄의 과정을 하나하나 지켜보며, 생동감 넘치는 활자와 이미지들을 마주할 때마다 쓰고 싶다는 간절함이 더욱 차오르곤 했습니다. 엄마에게 반항하듯, 임용고시를 보지 않고 자발적인 진로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문창과를 그토록 가고 싶었던 꿈이 좌절되었듯, 안정적인 진로를 원했던 엄마의 바람도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선택으로 인해 엄마와 저는 드러내지 않는 갈등과 골이 더욱 깊어졌습니다.
그 이후, 제 글쓰기는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생존의 방식이 되었습니다. 매일 아침, 줄리아 카메론(Julia Cameron)의 <아주 특별한 즐거움> 책에 의지해 모닝페이지를 쓰며, 제 안의 창조적 욕구를 다독였습니다. 이제는 <아티스트 웨이>로 널리 알려진 그 책이, 마치 오래된 친구 같습니다. 우연한 기회가 닿아서 이대 교수님과 그룹 워크숍을 통해 이어진 내면의 글쓰기는 제 영혼의 기둥이 되었고, 성경 묵상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삶의 선택이 늘 원하는 것보다는 해야 하는 것에 무게를 두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조의 열정을 놓지 않았습니다. 교단에 다시 서야 했던 시기도 있었고, 퇴직한 지금까지도 보고, 그리고, 읽고, 쓰는 행위를 계속 이어왔습니다. 그것이 저를 지탱해 준 유일한 힘이었으니까요. 학교에서 아이들과 수십 계절을 보내면서 모아 온 글이나 그림을 보면 여러 모양으로 표현하고 있었던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는 하고 싶은 한 가지를 위해 수백 가지를 포기하는 경험을 하고 삽니다. 저 역시 그 하나를 위해 수많은 것을 놓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원하는 하나를 붙들기 위해 계속해서 움직이려고 합니다. <파블로 네루다에 답하다> 연재 글을 통해, 불안과 설렘 속에서도 저를 앞으로 밀어내는 움직임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저의 내면과 질문하고 답했던 시간들을 다시 끄집어내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잇는 저의 시점에서 네루다의 시집 <질문의 책>은 매우 의미 있는 책으로 다가왔습니다.
삶의 매 순간이 마치 부풀었다가 이내 꺼지는 거품처럼 덧없이 흩어지지만, 그 찰나 속에서도 우리는 다시 익숙한 것을 붙잡고, 새로운 의미를 창조합니다. 이제는 읽을 대상을 생각하며 안으로부터 밖으로 끄집어내고 싶습니다. 열렬히 표현하고 싶습니다.
비록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과 필력의 한계를 스스로 느끼지만 이겨내고 계속 성장하고 싶습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작가님들의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리는 고백이기도 합니다.
삼청동의 가을은 아직도 포근해서 겨울이 올 것 같지 않습니다.
모두 계시는 곳에서 편안한 쉼이 있는 가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