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 사물: 가을빛>
하늘에 깃털 구름이 촘촘하면
오래 보지 않아도
무명솜을 털던 할머니가
그리움으로 온다
아침 공기가 서늘한 건
나무들이 밤새 달빛의 곁을
다듬었기 때문이란 걸 안다
햇살이 담쟁이덩굴을 옮겨 다닐 때
그늘 끝이 물드는 걸 본다
움직임도, 멈춤도 가을빛임을 안다
길가 강아지가
낙엽 냄새 묻은 오후에 몸을 맡길 때
한가로움은 계획되지 않은 틈에
깃든다는 걸 안다
은행잎이 바닥에 닿아 부서지는 걸 보면
가을의 끝과 시작은
서로가 맞닿아 있음을 안다
저녁 바람이 옷을 여미게 할 때
따스함은 바깥에서 찾지 않고
되살아나는 일임을 안다
가을은
세상의 고요한 질서가
안으로 스미는 일임을 가르친다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려졌나니 그러므로 그들이 핑계하지 못할지니라 (로마서 1:20)
글벗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주일 시작하는 첫날, 활기찬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머물러 나눠주신 글심과 시심에 마음의 화답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바쁜 일을 끝내면 댓글드리고, 글밭에도 놀러갈게요~!)
사진.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