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 사물: 기타>
낙원동. 이름부터 방음이 안 돼, 락樂이 새어 나오고 낙落이 떨어져, 한때 기백의 손끝에서 시작된 기타 솔로는 한강 바람에 날려가 버린 지 오래, 여기서는 모든 음표가 반의어에 기쁨의 코드는 단조로 울리고, 불행이라 불린 박자는 템포가 빨라, 낙원동은 낮에도 어두워, 폐업한 악기점 유리창에는 이천 년대 초반 락밴드 포스터가 겹겹이 붙어 있고, 그 친구는 중년이 되었고 그 친구의 친구는 아직도 리허설 중이라, 이 골목에서는 실패도 음정처럼 울려 낙원이라는 단어는 늘 발음이 어려워서 사람들은 대신 먹고살자 말해, 저녁마다 포장마차 불빛이 켜지면 낙원은 또다시 오픈되고 트로트가 흘러나오면 취객이 멱을 따, 낙원은 Paradise가 아니라 노래방의 삼 번 트랙이 되어, '사랑했어요'를 부르다 삑사리 나도 박수소리는 들려오고 그게 낙원의 스타일이라, 망가지고 웃고 다시 부르는 예술가들, 돈이 없어도 자기 얼굴을 포스터처럼 붙이고 기타를 팔아 밥을 사고 밥을 먹고 다시 노래를 쓰고, 악기의 현이 끊어져도 목소리의 현은 남아 있어 락樂은 여전히 불온하고 낙落은 여전히 아름다워서, 이 골목을 지날 때마다 노을 대신 네온사인을 보며 낙원이 천국이 아닌 도시의 허파에 남은 상처의 이름 같아, 음악이 끝나도 리듬은 남고 낙원은 그런 프로세스로 끝나지 않는 연주를 하고
한때, 남편이 취미로 즐겨 치던 기타를 수리하러 함께 오가던 곳이 '낙원상가'입니다.
어깨 너머로 배우다가 굳은 살이 박히기도 전에 놓아버렸던 기타입니다.
지금도 자주 걷는 낙원동 골목은 예전처럼 시끄럽지 않습니다.
밝았던 불빛들도 어두워지고, 빈 가게들이 많아졌습니다.
요란한 음악이 흘렀었고, 악기를 사고 파는 사람들이 분주했던 공간.
사람들이 나누던 꿈과 실패의 잔상이 뿌옇게 남아 있습니다.
낙원동은 여전히 추억 속에 멈추지 않는 음악처럼 락樂.원園.입니다.
상심한 자들을 고치시며 그들의 상처를 싸매시는도다 (시편 147:1)
글벗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활기찬 하루 보내세요❤️
(머물러 나눠주신 글심과 시심에 마음의 화답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바쁜 일을 끝내면 글밭에도 놀러갈게요~!)
사진.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