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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처럼

<시적 사물: 삽>

by 모카레몬
삽.jpg



아이야,

삽은 흙을 떠올리기 위해

먼저 땅을 누른단다


그래, 눌러야 흙이 숨빛을 뒤척이며

길을 내주지

삽날이 흙을 베어내는 순간

잠자던 흙이 새 기척을 틔운다


삽이 흙을 베는 동안

삽도 함께 눌리고 다친다

손잡이엔 땀이 배고

날끝엔 흙의 피가 묻는다

그 고통이 지난 자리에

씨앗이 눕는다, 새 생명이 엎드린다


아이야,

너도 언젠가

흙 앞에 서야 할 때가 온다


누군가를 위해 땅을 열고

무거운 흙을 들어 올려야 할 때가


그때를 기억하고 기념하고 기록해라


삽은 묵묵히

한 줌의 흙을 더 옮길 뿐이라는 걸


그 일이 끝나면

해는 서쪽으로 내려앉고

삽자루엔 햇살이 잔뜩 묻는다


하루의 일,

온 마음을 다한 손의 빛


기도처럼 고요한 너의 평화가



사람은 자신의 일에 온 마음을 쏟고 최선을 다했을 때 마음을 놓고 즐거워한다. 그렇지 못하면 스스로 말하고 행한 것들이 자신에게 평화를 가져다주지 못한다. 구원은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나의 재능을 내버려 두는 한 우리 곁에는 그 어떤 영감도, 창조도, 바람도 없다. 자신을 믿어라, 우리의 마음은 강철과 같은 진리에 진동한다. 신의 섭리가 당신에게 마련해 준 자리를, 당신과 그 시대 사회를, 모든 일의 연결 고리를 받아들여라.


자기신뢰 철학/ 영웅이란 무엇인가, 랄프왈도에머슨, 동서문화사, 2020.


주신 재능을 묵히지 않고 버려두지 않는 일.

크신 힘에 의지해 자신을 믿으며

있는 자리에서, 지금 이 시대를 건너는 오늘.

빛나지 않아도, 앞서지 않아도, 드러나지 않아도

모든 일의 연결 고리를 해석하고 깨닫는 충만한 시간이 되게 하소서.




글벗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충만한 하루 보내시길 바래요^!^


사진. pixabay.




<초대합니다>

인문학쇼.png

참가신청서

https://docs.google.com/forms/d/1gNX7wQZ2kP1lv_ykYHGS9H6NH0FvNjmhnKZQBx7AIko/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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