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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류

<시적 사물: 물결>

by 모카레몬
역류.jpg



강가에 앉아 있었습니다


물결은 한쪽으로만 흐르는 듯했지만

가만 보면 그렇지 않더군요


모래 속에서 실핏줄처럼

스며오던 작은 물길들이

제멋대로 반짝이며 흐름을 꺾곤 했습니다


바람도 늘 부는 대로만 부는 건 아니었어요

오목한 잎 하나가 바람을 슬쩍 되받아

순간, 방향이 뒤집히는 걸 보았지요


어떤 생명들은 보잘것없이 작아 보이면서도

늘 조용히 물살을 흔들어 놓습니다

보지도 못한 힘으로, 자기 쪽으로

조금씩 세계를 끌어당기듯이 말이죠


그래서일까요

가끔은 떠내려가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아주 다른 데를 향해 가는 것들이 있어요


흐름에 밀린 건지

흐름을 건너는 건지

흐름을 거슬러 오르는지


겉으로는 잘 모르는 법이지요






이는 모든 씨보다 작은 것이로되 자란 후에는 풀보다 커서 나무가 되매 공중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들이느니라 (마태복음 13:32)


눈에 잘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 유난히 선명하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작은 움직임 하나가 결을 바꾸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도 생각하게 됩니다.

그럴 때면 익숙하던 세계가 전혀 다른 얼굴로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아무도 모르는 방향에서
스며온 작은 기척들이, 어느새 큰 움직임의 시작이 되곤 합니다.

무엇을 붙잡아야 하는지, 무엇을 놓아야 되는지 자연스럽게 더욱 또렷해집니다.




글벗 되어 주셔서,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힘찬 일주일 보내세요^!^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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