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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스카토 Aug 20. 2023

0819@Rue de Rivoli


휴가 갔다 돌아온 파리는 여전히 썰렁했다. 파리 도로의 무법자인 그 많던 자전거, 오토바이 무리도 보이지 않는다. 오전에 내리던 비가 그치자, 둘째는 어김없이 집 앞 축구장으로 출근했고, 딱히 할 일 없던 나도 스탠드 그늘에 앉아 필드를 구경했다. 프랑스 축구를 이끌어가는 주역이 프랑스 이민자들이라지만, 그래도 경기장엔 백인이 보이지 않았다. 성인 축구 동호회와 꼬마들이 넓은 축구장을 양분해서 쓰고 있었고, 심심했던 난 사람 수를 세기 시작했다. 29명의 흑인 선수들과 그 경기를 구경하는 5명의 흑인 구경꾼, 맞은편엔 10명의 흑인 소년들과 2명의 아랍 소년, 그리고 1명의 아시아 꼬마(아들)가 있었다. 백인 축구인들은 다 바캉스를 간 걸까. 휴가가 며칠이냐는 질문에 5일이라고 답하면 5주로 자체 정정해서 이해하는 게 프랑스인이라지만, 긴 바캉스가 모두에게 적용되는 건 아닐 수 있겠다란 생각을, 한 여름 필드를 뒹구는 흑인 축구인들을 보며 했다. 모두가 놀 때 혼자 일하는 건, 한국처럼 모두가 못 쉬는 상황에서 다 같이 일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 것 같단 생각도 같이 했다. 에펠탑, 개선문, 루브르는 어제도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튈리히 공원에서 들리는 놀이기구의 함성 소리를 들으며, 이 소리가 사라질 때쯤, 다시 파리는 일상으로 돌아오겠구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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