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르타뉴로 가는 길. 프랑스는 정오각형으로 생겼고, 보통 국토를 사람의 몸에 비유하다 보니 다리에 해당하는 마르세유나 니스에 비해 오른팔에 해당하는 브르타뉴 지방은 가깝다고 오해를 하는데, 파리의 오른팔은 생각보다 길고 브르타뉴는 멀다. 그것도 모른 채 별생각 없이 브르타뉴의 끝 브레스트Brest 인근 숙소를 예약했고. 구글 지도를 확인한 뒤 소요시간을 보고 깜짝 놀랐다. 가는 길에 잠시 쉴 수 있는 도시를 찾아보니 르망Le Mans이 있다. 최초의 디지털 속도 계기판으로 유명했던 대우 자동차 때문에 이름은 익숙하지만, 볼거리는 없다. (게다가 차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좀 더 가니 브르타뉴의 주도 헨Rennes이 나온다. 축구팀도 있고 공항도 있는 큰 도시지만 역시나 평범하다. 헨 대성당은 프랑스에서 만난 교회 중 가장 소박하고 모던한 건축물이었다. 그나마 도시 중심부로 가니, 장식이 아닌, 진짜 오래된 노르망디-브르타뉴 전통 가옥이 눈에 들어온다. 아빠가 시큰둥 하니 애들은 기가 살아서 도시에 대한 불평을 쏟아낸다. 볼 거 없다며. 브르타뉴에 왔으면 크레페에 시드르를 먹어야 한다고 애들을 식당으로 끌고 갔지만, 역시나 맛도 인상적이지 않았다. 항상 다 좋을 수는 없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