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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스카토 Aug 25. 2023

0824@Checkpoint Charlie


통일도 30년이 넘었고, 베를린이 지닌 분단의 기억도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분단의 상징이던 브란덴부르크문이나 베를린장벽은 유명 관광지가 됐으며, 사람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이 장소들을 들른다. 소련의 서기장 브레주네프 Brezhnev와 동독 서기장 호네커 Honnecker의 키스 벽화 앞에서 연인들이 키스하며 사진을 찍거나 부서진 장벽의 일부를 기념품 가게에서 사는 식이다. 그나마 베를린은 파리보다 훨씬 큰데, 도시를 돌아다니다 만나는 전형적인 사회주의 국가들의 주택단지, 그러니까 심플하고 똑같이 생긴 지루한 아파트들이 동독의 흔적을 보여줄 뿐이다. 우리에게도 분단은 일상인지라 평소엔 별 감흥이 없지만, 분단의 기억을 갖고 있는 땅을 밟게 되니 그 특수성을 인지하게 된다. 체크 포인트 찰리는 외국인과 군인들이 주로 다니던 동서 베를린의 경계였던 곳이다. 이곳 역시 원본 건물은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동베를린 검문소는 사라졌고 가품 제작된 서베를린 검문소만 남아있는데, 영화를 포함한 다양한 대중매체의 영향인지, 경계의 땅에 서면, 다양한 사연을 갖고 이곳을 건너던 사람들은 통일 이후에 어찌 살았을지 궁금해지며, 멜랑콜리한 감정이 몰려온다. 물론 이 감정은 대단한 역사의식에 기반한 건 아닌지라, 인근 식당서 커리버스트를 한입 베어 물자 금세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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