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리히 공원 오랑주리 미술관 맞은편엔, 사진-미디어아트 특별전을 주로 여는 전시관 죄드폼 Jeu de Paume이 있다.(맞다. 프랑스혁명 당시 제3신분이 국민회의를 선언했던 장소 이름과 같다. 테니스장이란 의미와 비슷한데, 루이 16세가 당시 모임장소를 폐쇄하자 동네 체육관에서 제헌의회를 선포한 것이다.) 모든 관광객이 오랑주리 미술관으로 몰려 상대적으로 한산하고, 규모는 아담한데 볼만한 특별전을 많이 열어서가볼 만하다. 무엇보다 파리에서 드물게 에어컨을 빵빵하게 트는 곳이라 요즘 같은 늦더위에 찾기 좋다. 이날은 프랭크 호바트 Frank Hovart 특별전이 진행중였다. 2020년에 돌아가신, 평생 왕성한 사진작업을 한 작가인데, 이날 전시는 작가의 초기 15년, 주로 파리에서 활동했던 1950-1965년 작품에 집중, 아담하게 전시해 놨다. 그는 로버트 카파나 게르다 타로 같은 르포르타주 사진의 전통에서 출발했지만, 그가 빛을 발한 건 패션 사진이었다. 기존의 스튜디오 촬영과 다르게, 야외에서 작은 카메라로 자연광을 이용해 촬영했는데. 당시로서는 파격이었다. 본인의 르포르타주 사진 욕망을 패션 사진에 접목한 결과였고 그 뒤로 이런 스타일의 패션 사진은 하나의 교본이 됐다. 파리라는 최고의 배경을 낭비하지 않은 최초의 상업 패션 사진가가 아녔을까나. 게다가 그가 담은 당대의 모델들은 어찌나 멋지던지. 자기 스타일을 밀어붙여 성공한 좋은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