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평평한 풍경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리투아니아는 더 평평했다. 지형이 평평하면 마치 땅과 하늘이 붙은 것 같아 하늘이 낮은듯한, 심지어 머리 위로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리투아니아 친구 타다스에게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높은 산의 높이를 물으니, 한참 고민하다, 산이 없는 거 같다며. 가장 높은 지대가 100미터는 되려나라며 얼버무린다. 심지어 바위도 없단다. 이렇게 납작한 땅이지만 숲은 또 어마무시하게 많다. 낮은 숲지대라니 정말 우리에겐 이국적인 지리적 풍경이다. 폴란드도 비슷하다. 사정이 이러하니, 예로부터 서로의 영토가 얼마나 탐이 났을까. 적들이 마음만 먹으면 평평한 땅을 걸어서, 때론 숲에 숨어서 쉽게 리투아니아 영토로 침략했을 테니. (지금은 혈맹이 된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는 사실 20세기 중반까지도 차열하게 싸웠는데, 아무래도 방해가 되는 지형지물이 하나도 없는 게 서로의 전쟁 욕구를 자극하나 보다.) 21세기라고 사정은 다르지 않아서, 리투아니아-폴란드 국경을 연결하는 약 100km의 수바우키 Suwalki 회랑은 나토의 아킬레스건이 됐다.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양쪽에서 공격, 이 회랑만 장악하면 발트 3국은 나토와 분리된 섬이 되는데 그 지형이 평평한 숲과 평원지대니, 나토 입장선 얼마나 방어가 어렵겠는가. 압록강과 백두산, 그리고 개마고원이 역사적으로 얼마나 소중한 방어막 역할을 했는지 새삼 감사해졌다.(물론 그럼에도 늘 침략당했지만 그마저도 없었다고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