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스카토 Jan 09. 2024

오늘도 지하철 때문에 지각합니다

0109@Boucicault


시작은 지하철 12호선의 운행 중단이었다. 대신 80번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에 왔더니 역시나 만원이다. 길 알림 앱은 8호선을 추천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8호선 부시코 역은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상황이 이러니 따릉이(벨리브)가 남아있을 리 없다. 결국 8호선 반대방향 지하철을 타고 종점에 가서 출근길 지하철을 탔다.


애초에 파리 지하철은 학교의 총학생수가 아닌, 자체 휴강하는 뺀질이들을 계산에 넣고 영업하는 대학식당 같다. 틈만 나면 휴가 가는 프랑스인이 많아 평소엔 좀 괜찮지만, 이렇게 모두가 휴가서 돌아오는 시기엔, 별다른 사고가 없어도 대중교통대란이 발생한다. 처음부터 파리의 직장인들을 수용할 능력이 파리 대중교통에겐 없던 것. (게다가 지하철 설계는 어찌나 비효율적인지) 내 일은 아니지만 다가올 올림픽, 이들이 전 세계 관광객을 어찌 수용하고, 그들을 옮겨 나를 지 걱정이다.


대중교통의 문제 때문에 좋은 점은 단 하나. 실수로 지각하는 직장인들이 댈 핑계가 있다는 것. 툭하면 멈추거나 늦는 일이 잦으니, 오늘도 지하철 때문에 지각합니다란 핑계를 거의 모든 상사가 의심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 종점에서 타 무사히 만원 지하철에 앉았다지만, 이제 여기서 어떻게 내려야 할지 걱정이다.


유모차를 끄는 아버지의 고뇌를 상상해보지
이미 가득잔 지하철이 들어오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닮은 헬싱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