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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tMe May 06. 2020

브라질, 어디까지 가봤니?

여정은 여정대로 예상대로 흘러가주면 안될까.



예정대로라면 파라티에서 아침 첫차를 타고
오후 2시반쯤 상파울루에 도착해서 파라티에서 만난 일행들과 함께
택시를 타고 공항에 일찌감치 도착해서는 부에노스로 가는 일행들을 배웅하고 

라운지에 가서 쉬다가 마나우스행 비행기 탑승했어야하는.......


완벽한 시나리오가 준비되어 있었다.




파라티에서 상파울루로 향해 잘가던 버스가 갑자기 멈춘다.
그러더니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버스 기사가 운전대를 벗어나 승객들 앞으로 서서는 크게 외쳤다. 



"앞에 큰 사고가나서 못지나가!!"


오후 2시반 도착예정버스였던 나의 버스는 도착시간을 이내 오후 6시로 변경했다. 



'휴, 아침 일찍 버스를 타길 잘했네. 그래도 오후 6시면 밤 10시 비행기니까 뭐'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던 차에 

6시는 곧 7시로 바뀌었고 이내 8시로 바뀌더니 어느 순간부턴 도착시간을 말해주는 것에 대한 

의미가 없어졌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브라질의 넓고넓은 그 땅덩어리에 고작 도로는 그거하나뿐이라
그 길이 아니면 다른곳으로 갈 방도도 없을 뿐더러
이미 차가 많이 정체된 상태라 되돌아 갈 수도 없는
말그대로 오도가도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아. 진짜 집에 가고싶다.


그래도 내 옆자리에 앉았던 현지인 J 가 없었더라면 난 당장 브라질을 떠났을지도 모른다.


J 는 옆에서 포르투갈어를 1도 못알아듣는 나를 위해 통역도 도맡아 해주고, 

행여나 목마를까 배가 고플까 도로 한복판에서 먹을걸 계속 구해와서는 

어미새마냥 챙겨주고 일행들이 기다릴까 전전긍긍해 하는 나를 위해 

인스타까지 설치해 메세지 보낼 수 있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 여행 중 만났던 

몇 안되는 좋았던 현지인 친구중 하나였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차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이미 비행기 티켓은 버리게 되었음을 인지하고 반쯤은 넉이 나간 상태로 

이제 그냥 무사히 도착하기만을 바랬다. 




밤 11시30분 

이 시각에 상파울루라니, 

가만히 서있어도 다가와 옆구리에 총구를 들이밀며 탈탈 털어간다는 이곳에 

어린 양이 갓 태어난 것 마냥 두 다리를 후들거리며 

이제 막 나온 세상을 둘러보듯 겁먹은 채로 분위기만 살펴대고 있었다. 



이미 가도 늦은건 알지만, 밤을 새더라도 공항에서 새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우선은 택시를 타고 가기 위해 우버 어플을 키자


"아이고"

곡소리가 절로 나온다. 


유심하나 없이 여행하는 신분에 와이파이를 잡았으나 

너무나도 쓰잘데기 없이 크기만 엄청 큰 이 터미널은 

우버를 부르기에 결코 만만한 장소가 아니었다. 


괜히 불렀다 기사도 못만나고 패널티만 받을게 분명한 그런 어마무시하고 거지같은 상황을 

접하고 싶진 않았다. 


그냥 J 에게 우버를 부탁했음 됐을텐데 더 이상 신세지는게 미안해서 

택시 잡으면 된다고 쿨하게 인사했던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물밖에 내놓은 것 마냥 불안했는지 극구 사양하는 내 손에 50헤알(약 우리돈 3만원) 정도 되는 거금을 

쥐어주고는 꼭 택시타고 가라며 마지막 인사를 뒤로 하고 떠나는 그에게 

우버까지 잡아달라고 말 할 수가 없었




이런 고마운 마음에 다시 브라질이 좋아지려던 찰나.




터미널에서 흥정을 마친 택시를 타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진 틈을 타 사기를 당했다. 


 


내가 넉이 나가있는걸 봤나보다.



공항에 도착해 짐을 내리려는데 보통 짐을 내려주던 기사들과 달리
택시에서 내릴 생각이 없어 보이기에


뭐 꼭 내려줘야 할 의무는 없지 생각하고는
택시기사에게 50헤알을 건내 주고는 짐을 서둘러 들고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신없이 내리려던 날 붙잡고왜 5헤알을 주냐고 따지듯 제스처를 취했다.



5헤알을 돌려받고는 순간 당황해 미안하다고
50헤알을 다시 주고 급하게 내리고 나서 정말 1분도 안되서 금새 깨달았다. 



"아, 미친" 




나에게 5헤알지폐따윈 없었다.
더더욱 내가 처음 50헤알을 꺼내어준 주머니는 J 가 준 50헤알밖에 없었다. 



그걸 인지하는데 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울화통 터졌다. 




'ㅅㅂ 이래서 이 대머리 새끼가 택시에서 안내리고 뻐겼구나, 

택시 밖은 공항 앞이라 조명이 환해서 잘 보였을테니까?' 



정말 내가 이렇게까지 한심한 인간이었나 하는 생각에 열이 뻗쳐 심장이 쾅쾅 뛰어댄다. 




비행기 티켓을 날려먹은 것도 모자라, 택시비까지 이렇게 날려먹고 나니

정말 미칠노릇이었다.




빨리 떨쳐 버려야하는걸 알면서도 날린 돈보다도 괘씸하고 분한게 더 커서 그런가
택시기사 얼굴이 앞에 아른거리는 것 같아 속이 잠잠해질 틈을 주질 않았다.




우선 멍하니 공항으로 들어와 



혹시나 연착되지 않았으려나
혹시나 결항되지 않았으려나
기대했지만 그런 기적 따윈 일어날 일 없었다.



그렇게 날려버린 티켓을 새로 끊으려 아침까지 공항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아침이 다가오자 하나 둘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하고, 

각 항공사들의 운행도 시작되는듯 했다. 
예약했던 GOL항공사가 문을 열자마자 카운터로 향해 마나우스행 티켓을 물었다.



하지만 325헤알에 샀던 내 티켓이.
지금은 1879헤알로 4배나 확 뛰었다.

땅값도 하루만에 이정도로 오르진 않겠다 이것들아.




12만원에서 70만원이라니?!
내가 한국에서 남미오는 티켓이 고작 60만원 이었는데? 



'이 돈이면 한국을 가지' 



의자에 걸터 앉아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나 몇 시간을 고민했는지 모르겠다. 

상파울루에서 다음 마나우스행 비행기를 기다리기엔 4-5일이라는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야 했고 상파울루는 브라질 내에서도 제일 위험하다고 꼽는 도시 중 하나였기에 잠시도 머무르고 싶지도 않았고 볼 것도 없는 곳이었다. 

그렇다고 기다린다고 해서 티켓이 저렴한 것도 아니고.


물론 70만원보다는 훨씬 아주 훠어어얼씬 저렴했지만.

 



사실 여행오기전 브라질 여행에 대한 기대치가 꽤나 높았었다.   

브라질은 여행객들이 많이 가는 리우를 제외하고도 무척이나 매력적인 도시들이 많았기에 

브라질 일주 여행을 하고 싶다는 욕심은 있었으나 아무래도 치안 적인 부분에서 걱정되는 문제들이 많았기에 

혼자 낯선 브라질 도시를 여행할 엄두는 나지 않아 비교적 치안이 좋다고 하던 곳들만 

둘러보고 염원하던 마나우스(아마존)으로 바로 향할 생각이었다. 



70만원이나 주고 마나우스를 갈 바에야
그 돈으로 가고 싶었던 다른 북부지역을 돌아보고 놀다가 넘어가는 것이
시간은 많이 소요되겠지만 훨씬 더 경제적이었다.



와이파이 1시간을 결제 해서 갈만한곳을 찾고
아는이 에게 정보를 묻고 그 자리에 앉아 

몇 시간 뒤의 비행기를 바로 예약하고 카운터에 가 탑승수속을 마쳤다. 



'뭐지? 이 들뜨는 기분은' 



공항에서 아무 계획없이 티켓팅 해보기를 꿈꿨던 로망변태인가 생각은 해본적 있지만

진짜였을 줄이야. 



이런 거지같은 상황에 계획이 하나 둘 세워지기 시작하며 탑승수속까지 마치자 

미친듯이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의 첫번째 여정지가 '포르토데가리냐스' 정해졌다.
(포르토데가리냐스는 브라질 최고의 휴양지라고 불릴 정도로 브라질 사람들이 사랑하는 휴양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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