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귀인(貴人)

by 남궁인숙

어린이집 부모님들과 관계 형성을 하는데 좋은 매체는 글이었다.

어린이집 안에서 지내는 아이들과의 다양한 일과를 관찰하여 쓰기 시작했던 글들이 모여 덕분에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출판 일을 며칠 남기면서 출판사에서 인터넷 광고를 띄우고 각 서점에서는 예약판매를 시작하였다.

내 이름으로 이런 책이 출판되어 나오게 되었노라고 지인(知人)들께 안내하며 그동안 ‛나 수고했으니 칭찬해 줘!’라고 하는 일종의 ‘엄살 부림’을 하였다.

연락이 뜸했던 지인들에게도 문자로 안부 인사를 하며 책을 안내하였다.

그동안 연락이 없다가 이런 일로 문자를 한다는 것이 낯간지러운 일이었지만 눈 질끈 감고, 얼굴에 철판 깔고 들이댔다.

각종 도서 온라인 사이트의 예약 판매를 통해 지인들은 내 체면을 봐서 필요한 만큼 또는 필요하지 않아도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책을 구매하였다.

출판사에서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단 하루 만에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작가도 아닌데 출판사가 의도한 책의 수량이 모두 판매되었다고 좋아하였다.

수많은 사람들과 인연(因緣)을 맺으면서 사는 것이 세상사는 일일 것이다.

살다 보니 내 옆에 지인들이 수없이 생겨난다. 그 지인들로 인해서 내가 귀(貴)한 자가 되기도 하고 하찮은 별 볼일 없는 사람이 되기도 할 것이다.


남에게 베푼 것은 잊고, 남에게 받은 은혜는 기억하라

- 바이런 –


살면서 순간순간 뜻밖의 귀인(貴人)들을 만나며 살게 된다.

귀인(貴人)을 사전에서는 '좋은 일이 생기도록 나를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는 귀한 자’라고 하고, 사주팔자를 논하는 사람들은 ‘하늘이 내린 은혜와 덕의 기운을 가진 사람’이라고 한다.

바로 그 용하디 용한 귀인(貴人)은 부지불식간에 삶에 스며져 있는 지인 들일 것이다.

글이라는 것은 그냥저냥 시간 날 때 쓰면 되는 것이지만 출판을 하는 일은 삼고초려(三顧草廬) 해야 하는 일이었다.

수년간 써 왔던 글들을 골라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드는 일을 결정하면서 셀 수 없이 많은 고민을 하였다.

과연 ‘내 책이 팔릴까’라는 의문을 가졌지만 그 책은 예상 밖으로 잘 팔려나갔다.

물론 대부분의 독자는 반 강제로 생떼 부리며 사주라고 조를 수 있는, 나를 아끼고 믿어주는 지인들이었지만 그 지인들의 공로는 마중물이 되었다.

물심양면으로 책을 판매하는데 기여를 한 그 귀인(貴人)들은 다름 아닌 나의 지인들이다. 그래서 이 세상은 자신을 알아봐 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살만한 일일 것이다.

출판물 광고가 뜨자 드디어 내 책이 나왔다고 큰오빠에게 제일 먼저 알렸다.

인터넷 구매에 서툴렀던 큰오빠는 아들을 시켜서 이미 가족 별로 책을 구매했다고 한다.

우리 집안의 종손, 큰오빠도 나의 귀인이었던 것이다.

“이러다가 막내 동생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거 아닐까?”라고 문자를 보냈더니

“넌 이미 베스트야”라는 답이 돌아온다.

“푸하하하~~~~” 입에서 나오는 기쁨의 세리모니다.

나의 지인들에게 나도 그들의 귀인이 되어 은혜를 갚는 삶을 살아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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