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끝, 휴식

by 남궁인숙

인천공항에 도착해 짐을 찾고 나오니,

함께 여행한 친구가 내 생일이니

점심을 먹고 가자고 제안했다.

"김치찌개 사줄게."

열흘 내내 사육당하듯 풍성한 식사를

제공받았고, 비행기 안에서도 두 끼나

챙겨 먹은 터라 우리는 배고프지 않았지만,

이별의 아쉬움이 점심을 먹게 했다.

친구는 커피까지 사주고는 총총히 사라졌다.

마치 여행의 마지막 장면처럼.



집으로 가기 위해 리무진을 기다리는데,

마치 스튜어드 같은 인상의 아주 젊은 기사님이 하늘색 리무진에서 내려, 여독이 가득 든 내 여행 가방을 실어준다.

젊고, 키 크고, 잘생긴 모습에 그만 아직도 나는 여행지에 있는 듯 한 착각을 했다.

농담처럼 노멀 한 영어가 먼저 튀어나왔다.

“Good afternoon!

You are very handsome.

You look like a steward!”

그는 웃으며 농담으로 받아들였지만,

나는 진심이었다.



그렇게 영화처럼 친절한 에스코트를 받으며 리무진에 몸을 실었다.

단잠은 곧 찾아왔고, 두 시간 동안 리무진 안에서 꿀 같은 잠을 잤다.

두바이의 40도, 체감 온도 51도를 온몸으로 버텨낸 터라, 한국의 여름은 오히려 견딜 만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쌓인 옷가지들을 손빨래하고, 눅눅한 공기와 먼지가 깃든 집안을 쓸고 닦았다.

시들시들해진 화초,

내 새끼들에게도 물을 주고,

그리고 그대로 침대에 쓰러져 죽은 듯

열 시간을 잤다.

깨어보니 새벽이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간헐적 단식이 되어, 일어나서도 배는 고프지 않았다.

오히려 다시 자고 싶었다.

잠이 피로를 밀어내듯,

내 안으로 깊숙이 스며들었다.


짐 찾는 곳에서 일부러 찾아와 작별인사로

"우리가 다시 볼 수 있을까?"라고 했던,

말랑말랑 맑은 찐 달걀 같은 피부를 가진

동갑내기 춘옥 씨가 떠올랐다.



여행이란, 떠나 있는 동안보다


돌아온 이후가 더 크고 길게 남는다.


피로도, 기억도, 그리고 여운도.

이번 여행 역시 내 몸과 마음에

진하게 각인되었다.

꿈처럼 찬란하고 현실보다 더 생생했던 열흘,

나는 오늘 그 여행의 무게를

'잠'으로 정리한다.



오늘은 보사노바 스타일의 재즈곡을 감상해 보세요.


https://suno.com/s/VM7hUfsmIv8TQk2T

https://suno.com/s/nCX5fYnM5iH0mHS5



굿애프터눈


작사: 콩새작가

작곡:수노


1절

공항의 햇살, 익숙한 풍경

짐을 찾고 나서도 발걸음은 느렸죠

"생일이니까" 웃으며 말한

그대의 점심 초대는

이별을 미룬 마음이었죠


굿애프터눈, 유 아 베리 핸섬

하늘빛 리무진에서

그대는 나의 하루를 데려갔죠

굿애프터눈, 한순간의 농담

달콤한 잠 속으로

나는 그렇게 여행을 마쳤죠


2절

뜨거운 두바이, 쉼 없는 시간

사육당하듯 먹던 식사도

이제는 추억이 되었죠

세탁기보다 먼저 돌아가는 손

쌓인 시간 닦으며

나는 나를 다시 만나죠



굿애프터눈, 유 룩 라이크 스튜어드

무심한 말이 진심이 될 줄 몰랐죠

달리는 차 안에서 꿀잠을 자며

나는 여행에서

일상으로 천천히 돌아왔죠



죽은 듯이 잠들어

말도 없이 시간을 삼키고

다시 떠나고픈 마음에

눈을 감아요 한 번 더



굿애프터눈, 여행이 준 인사

굿모닝보다 따뜻한 작별의 말

이 피로한 몸마저

그리워할 내일이 올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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