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서스 여행 후 ‘뒤풀이’

by 남궁인숙

두바이에서 여행 마무리의 마지막 저녁식사를 하면서 여행에서 느낀 감정을 바탕으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행이 끝났다는 건,

일정표가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다.

아침마다 맞추던 모닝콜이 멈췄고,

가이드의 설명이 더 이상 들리지 않으며,

함께 웃던 얼굴들이 흩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음은 아직 그 여행의 끝자락을 붙들고 있다.

마지막 식사자리에서 가장 인상이 깊었던 여행 장소를 골라서 소개해 보기로 했다.

"조지아에서 마신 와이너리의 토굴 와인은 정말 향이 깊었죠.”

“예레반의 그 멋진 야경, 아직도 눈에 선해요.”

"시그나기에서 사랑의 거리가 좋았어요."

"카스피해 해변에서 마시던 맥주가 최고였어요."

"조지아의 성녀 니노 이야기가 가슴에 남아요."


누군가는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을 보여주며, 열흘간의 여정을 조심스럽게 꺼내놓았다.

음식이 하나둘 나오고, 잔이 오가면서 분위기는 따뜻하게 흘렀다.

처음엔 단지 같은 여행을 공유한 사람들이었지만, 이제는 삶의 한 단면을 함께한 사람들이 되었다.

낯선 나라에서의 짧은 동행은,

한국에서는 만들기 어려운 정을 오히려 더 깊게 쌓게 했다.

누군가는 이번 여행이 은퇴 후 처음 떠난 여행이었고,

누군가는 손주를 맡아 돌봄을 하다가

휴가를 얻어 떠나온 여행이었다.

누군가는 일상에서 오랜만에 얻은 자유의 시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런 이야기들이 뒤풀이 자리에서야 비로소 나왔다.

여행지에선 미처 꺼내지 못한 진짜 이야기들이었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비행기 탑승 시간이 다가왔다.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두바이 공항으로 출발했다.

또 한 번, 아쉬운 작별 인사를 했다.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여행이 끝나도 관계는 계속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엔 발칸 어때요?”

"다음 행선지가 정해지면 서로 연락하기로 해요."

그렇게 여행의 끝은, 또 다른 여행의 시작을 품고 있었다.

코카서스에서 시작된 인연은,

다시 어디론가 향할 준비를 하고 있다.



낯선 땅을 두 번 밟는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나는 이번이 두 번째 코카서스 여행이었다.

첫 여행이 설렘과 경이로움의 기록이었다면,

이번 여행은 '나눔과 공감의 여정'이었다.

열흘 동안 함께한 사람들과 서로의 이름도,

살아온 이야기도 여행이 끝나갈 즈음 조금씩 알게 되었다.

누군가는 부부였고,

누군가는 홀로 여행에 나선 용기 있는 여행자였으며,

또 누군가는 고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자신만의 쉼표를 찍고자 이곳을 찾았다.

각기 다른 삶의 조각들이었지만,

코카서스의 산과 강, 바람 속에서는 하나의 풍경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패키지여행이라는 특성상, 우리는 하루의 시작과 끝을 늘 함께했다.

아침 식탁에서 나눈 커피 한 잔,

이동 중 버스 안에서의 잔잔한 대화,

가이드의 설명을 함께 들으며 나누던 시선과 탄성. 그러한 작은 순간들이 쌓여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주었다.


여행을 모두 마치고, 항에 도착하자

여행의 끝이 정말 실감이 났다.

짐을 내리고, 서로의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었다.

아쉬움 속에 묻어나는 웃음은


‘잘 가요’가 아니라


‘또 봐요’라는 말처럼 들렸다.


누군가가 말했다.

우리가 인연이 있으면 만리 밖에서도

다시 만난다잖아요.”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마치 오랜 벗처럼. 열흘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깊었고, 함께한 순간들은 생각보다 더 선명했다.

코카서스의 장엄한 풍경은 이번 여행에도 어김없이 아름다웠다.

이번엔 풍경보다 사람들이 더 마음에 남는다.

같은 곳을 보고도 서로 다른 감탄을 나누고,

같은 길을 걸으며 각자의 사연을 조용히 품고 있던 사람들이다.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반복되는 하루가 다시 시작될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만난 이들과 나눈 정, 웃음, 그리고 잠깐의 동행은 오랫동안 내 마음속의 따뜻한 온기로 남아 있을 것이다.

여행은 끝나도, 그 여운은 사람을 통해 계속된다.

그리고 우리는 이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 또 만날지도 모른다.

어쩌면......

또다시 낯선 땅의 다른 바람을 맞으며,

그들과 여행을 다시 시작하리라.


https://suno.com/s/YJq7h4PozClNO9qN



"만리 너머의 인연"

(코카서스와 두바이 여행을 마치고)


작사:콩새작가

작곡:수노


1절

바람이 깃든 조지아 언덕,

성당 종소리 따라 걷던 길

돌담에 얹힌 햇살처럼

우리 웃음도 반짝였지


노랗게 물든 아르메니아의 저녁

성녀 니노의 이야기를 들으며

돌 속에 새긴 오래된 기도처럼

우리 마음도 깊어졌네



만리 밖에서도 우리는 만났죠

모래 위에 앉아 두 손을 흔들며

서로의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마음은 이미 친구가 되었죠

이 여정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일 뿐이죠


2절

카스피해의 물결 넘실대는 밤

바쿠의 불빛은 꿈같았고

두바이의 별빛 아래서

사막 위에 새긴 발자국


낯선 나라, 낯선 풍경 속에서

우린 익숙한 따뜻함을 배웠죠

손을 맞잡고 사진 한 장

영원히 간직할 시간의 노래



만리 밖에서도 우리는 웃었죠

다시 볼 수 있단 약속은 없지만

이 여행이 우리에게 남긴 건

풍경보다 더 찬란한 인연

이 여정은 끝이 아닌

또 다른 나의 일부였죠



코카서스의 푸른 산

두바이의 붉은 모래

그 사이를 흐른 우리의 이야기

이제 가슴에 안고 돌아가요

또 만나요, 인연이 있다면

다시 저 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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