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또 다른 여행을 부른다

by 남궁인숙

'여행은 또 다른 여행을 부른다' 것을 나는 안다.

인천공항에서 가이드로부터 우리는 여행계약서와 수신기를 건네받았다.

우리는 ‘3조’로 배정받았고, 두 분의 남자 어르신과 같은 조가 되었다.

가이드가 고객관리를 편리하게 하기 위해 정해놓은 조 편성이었다.

처음엔 어색하게 조를 따라 움직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3조의 두 어르신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처음 뵈었을 땐 연세가 아주 많은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60대 후반의 단정하고 건강한 어르신들이었다

여행지에서 그들의 인품이 더욱 빛났다.

누군가 다치면 살뜰히 챙기고,

식사자리에서는 와인을 대접할 줄 알고,

낯선 이에게도 따뜻한 말 한마디를 아끼지 않았다.


연륜이란 단지 시간이 쌓인 결과가 아니라는 걸, 그분들을 통해 느꼈다.

한 분은 현직 '변호사',

다른 한 분은 전직 '환경운동가'였다.

아내분들이 친구여서 맺어진 돈독한 사이였다.



귀국 후, 무사히 도착하셨는지 인사를 드렸다.

그들은 오히려 함께해 줘서 고맙다며,

인생 2막의 해 질 녘에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어 감사하다고 답했다.

언젠가 어느 여행지에서 다시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한다.

영천에서는 서울사람들이 한여름에 냉면을

먹는 것처럼 시원한 '물회'를 먹는다며

웃음을 보태셨다.


또 다른 한 분은 여행 중 자주 함께하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영천으로 돌아가는 길에, 몇 달째

눈여겨보았던 ‘실크로드’ 여행을 예약했다고 한다.

이번 여행이 그분께 용기를 준 것 같았다.

오늘은 하루 종일 뒹굴거리겠다는 말로 인사를 마쳤다.


그분들을 통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말이 그저 상투적인 표현이 아님을 배운다.

나이가 들어서도 여행을 즐기고,

타인을 배려하며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살아가는 모습은 내게도 깊은 울림을 주었다.

'건강한 생각이 건강한 삶을 만든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나는 8월 마지막 주,

'돌로미티'로 트레킹을 떠날 예정이다.

새로운 땅, 새로운 숨결 속에서 또 다른

나를 마주하게 되리라.

그렇게 세상은 아름답고, 사람은 서로에게

빛이 되는 존재라는 걸 믿으며,

오늘도 나는 여행을 꿈꾼다.


인생의 해 질 녘에도,

우리는 여전히 떠나고 사랑하며 살아간다.



https://suno.com/s/2xocMlIvLdeEpBgM



해 질 녘의 인사


작사: 콩새작가

작곡: 수노


1절

인천공항의 아침, 설레는 발걸음

등에 짊어진 가방보다

마음이 더 무거웠죠

서로 다른 길에서 온 우리

3조라는 이름으로

함께 떠났죠


2절

처음엔 낯설었던 두 어르신

하루 이틀 지나고 나니

이름보다 따뜻한 눈빛

다친 이도 챙겨주는 손길에

나이는 그냥 먹는 게 아님을

배웠어요



해 질 녘, 인생의 두 번째 막

함께 웃고 걷던 그날들이

마음속 여행 가방 속

가장 빛나는 기억이 되었죠

언젠가 또 만나요

그 해 질 녘처럼


3절

영천의 물회 한 사발로

여행의 끝을 말하던 분

9월엔 실크로드로 떠난다는

그 약속, 기억해 둘게요

여행은 또 다른

여행을 부르죠



해 질 녘, 인생의 두 번째 막

함께 웃고 걷던 그날들이

마음속 여행 가방 속

가장 빛나는 기억이 되었죠

언젠가 또 만나요

그 해 질 녘처럼



나는 다시 떠나요

돌로미티 산길 따라

세상이 아름답고

사람이 따뜻한 그 꿈 따라

또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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