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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초상

로만 오팔카, 〈1965 / 1–∞〉

by 남궁인숙

그의 그림에는 풍경도, 인물도 없다.

대신 조용히 이어지는 숫자들이 있다.

1에서 시작해, 2, 3, 4~~~

끝을 향해 가는 숫자 행렬은 마치 인생의

서사처럼 규칙적이고 담담하다.

그는 하루하루의 흐름을 숫자로 기록했다.

검은 캔버스에 흰 숫자를 적기 시작했고,

해가 갈수록 바탕은 점점 밝아졌다.

마침내 그는 흰 바탕 위에 흰 숫자를 쓸 때,

“이제 나는 시간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라고 말했다.

그의 작업은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살아 있음’의 시각적 증언이었다.

그가 멈춘 순간, 숫자는 중단되었고,

그 자리는 우리 모두가 언젠가 닿게 될

'마지막 숫자'를 기다리고 있다.


그의 그림 앞에 서면 묘하게 마음이

고요해진다.

끝없는 반복이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그 안에 우리가 살아가는 리듬이 있기

때문이다.

1, 2, 3, 4~~~

오늘도 또 하나의 숫자가 우리 안에서

쓰이고 있다.


1965년, 한 예술가는 인생 전체를

하나의 숫자로 기록하기로 결심했다.

그의 이름은 바로

'로만 오팔카(1931–2011).'

그는 ‘1’이라는 숫자에서 시작해,

생의 마지막 날까지 끝없는 숫자를 손으로

써 내려갔다.

그의 작품 제목은 간단했다.

〈1965 / 1–∞〉

즉, '1965년부터 무한까지'라는 선언이었다.


그의 캔버스는 하나의 ‘시간의 지도’다.

그는 하루의 시작과 끝을 숫자로 적어내며,

자신의 삶을 ‘덧셈’의 형태로 기록했다.

‘1’은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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