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언제나 음악보다 앞선다'
10월의 끝,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은
낭만의 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포스터에는 두 러시아의 이름이 나란히
새겨져 있었다.
차이코프스키와 라흐마니노프.
한 사람은 내면의 불안을 선율로 바꿔낸
작곡가였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상처를
치유하는 음으로 자신을 일으킨
예술가였다.
'예술은 감정이 질서를 찾는 방식이다.'
프랑스 작가 앙드레 지드의 말처럼,
이날의 무대는 감정이 음악의 질서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
차이코프스키 — 비애와 환희가 만나는 곳
P. I. Tchaikovsky
— Piano Concerto No.1
in B♭ minor, Op.23
지휘자 한주헌의 손끝이 공기를 가르자,
웅장한 서두가 터졌다.
피아니스트 예수아는 차이코프스키의
불안을 마치 따뜻하게 다독이듯 연주했다.
그녀의 손끝에서 울려 나온 소리는 거칠지만
한없이 인간적이었다.
1악장의 장대한 주제는 마치 '삶의 선언문'
같다.
2악장의 Andantino semplice는 눈물처럼
고요하다.
그 선율을 따라가다 보면, 슬픔과 희망이
서로의 그림자가 되어 우리의 마음
어딘가를 비추는 듯하다.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은 늘 인간의 모순을
닮아 있다.
사랑을 갈망하지만, 동시에 사랑을
두려워하는 마음이다.
그 내적 진동이 바로 그의 피아노 속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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