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뚜껑이 열리는 날

by 남궁인숙

'뚜껑 열리는 순간의 실제'에서 보면,

부모교육 중에 공감을 제일 많이 하는

부분이라고 한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누군가 슬쩍 묻는다.

“혹시… 뚜껑 열릴 때 있어요?”

웃으며 넘기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잘 안다.

어딘가에서 ‘딸각’ 하고 작은 스위치가

올라가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뚜껑이 열린다'는 표현은 부모가

순간적으로 감정 조절 능력을 잃는

상태를 말한다.

이는 무능력이나 잘못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스트레스 반응(편도체 반응)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왜 ‘뚜껑’이 열리는가?'

과학적 근거를 보면, 부모의 전전두엽(이성)

보다 편도체(감정)가 먼저 반응하기

때문이다.

아이의 울음, 떼쓰기, 반복적 행동은 부모의

편도체를 자극한다.

스트레스가 누적될수록 ‘이성의 브레이크’가

약해진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감정이 폭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부모가 감정적으로 과로 상태일 때 더 쉽게

발생한다.

수면 부족이나 여러 역할 수행이 버겁거나

사회적 요구나 양육 부담 등 이런 요인이

부모의 감정 용량을 줄이게 된다.


아이가 30분째 양치 거부할 때,

어린이집이나 학교 가기 싫다며 울 때,

이유 없는 반복 질문,

"정리하라" 하면 더 어질러 놓을 때,

같은 말을 10번 해도 안 먹힐 때,

부모가 급한데 아이는 천천히 행동할 때,

이런 장면은 부모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누구나 겪는 정상적 반응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면 부모들이 위로받는다.


아이의 문제보다 부모의 에너지가

떨어졌을 때 뚜껑이 더 잘 열린다.

감정 폭발은 부모의 실패가 아니라,

회복 신호다.

뚜껑이 열리는 순간을 줄이려면

‘아이를 바꾸는 것’보다

‘내 감정 용량을 회복하는 것’먼저다.


그날은 아침부터 이상했다.

머릿속에는 일정이 빼곡하고, 해야 할 일들은

서로 먼저 하겠다고 줄을 선다.

그런데 아이는 양말 한 짝을 들고

“엄마, 이거 공룡 같지?”

하고 묘한 타이밍에 말을 건다.

귀엽지만, 여유가 없어서 귀여움조차

감당이 안 되는 날이다.

그렇게 첫 번째 스위치가 올라간다.


두 번째 스위치는 보통 '반복'에서 온다.

정리하자고 말한 지 일 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집 안은 다시 무지개처럼 흩어진 장난감으로

가득하다.

“또?”

하는 말과 함께 마음 구석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온다.


그러다 어느 순간, 누적된 피로가 갑자기

넘친다.

별것 아닌 말에도 목소리가 커지고,

아이의 얼굴이 일순간 낯설게 보인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화가 나 있지?’

문득 그런 생각이 스친다.

그제야 깨닫는다.

오늘의 뚜껑은 아이 때문이 아니라,

내 마음의 여유가 사라진 탓이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인내의 시험이 아니라

매일의 감정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과정에 더 가깝다.

때때로 눌러두었던 감정이 김처럼 새어

나오기도 하고,

부모라는 이름 안에 숨겨둔 나의 어린 모습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뚜껑이 열리는 그 순간조차

우리를 나쁜 부모로 만들지는 않는다.

그것은 그저, 우리도 아이처럼 상처받고

지치고 흔들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다음에 찾아오는 장면이 있다.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며 마음이 다시

차분해지는 순간.

자는 모습은 왜 이리도 예쁜지.....

작은 손이 이불 끝을 꼭 잡고 있는 모습 하나에

겨우겨우 흔들리던 마음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온다.


육아는 결국, 뚜껑이 열렸다가 닫히고,

다시 조용히 숨을 고르며 살아가는 일이다.

그 사이에서 조금씩 견고해지는 것.

그러니 오늘 약간 울컥했다면,

그것도 괜찮다.

조금 힘들었던 당신 마음이 제자리로

돌아오려는 자연스러운 신호일뿐이다.


“뚜껑이 열리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중요한 건 그 순간 이후의 회복이다.

부모가 완벽해야 하는 게 아니라,

다시 돌아오는 힘이 중요하다.”



https://suno.com/s/nRxsmsd2sH9BqOnp




다시 켜지는 불빛


작사:콩새작가

작곡:수노


1절

하루가 묻고 간 자리에

남은 건 작은 숨 한 줄

바람에 실려온 너의 말이

조용히 마음을 열어 주었지


루루루루 루루루루

흔들리던 내 안의 불빛이

네가 건넨 온기로 다시 켜지고

멈춰 있던 발걸음도

너의 이름 따라 걷기 시작해


2절

어두운 골목을 지나며

내가 잃어버린 것들 떠올렸어

그때 네 미소가 손을 잡아

다시, 앞으로 가자고 말했지


루루루루 루루루루

흔들리던 내 안의 불빛이

네가 건넨 온기로 다시 켜지고

멈춰 있던 발걸음도

너의 이름 따라 걷기 시작해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