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먹하니 마주한 식탁/
명이나물 한 잎 젓가락으로 집어 드는데/
끝이 붙어 있어 또 한 잎 따라온다/
아내의 젓가락이 다가와 떼어준다//
저도 무심코 그리했겠 지/
싸운 적도 잊고/
나도 무심코 훈훈해져서/
"밥 먹고 영화나 한 편 볼까"/
말할 뻔했다.
-복효근, '무심코'『꽃 아닌 것 없다』
(천년의 시작, 2017) 中-
누군가 보내온 아침 톡의 내용이다.
서먹한 공기가 식탁 위에 내려앉을 때,
우리는 보통 말을 고른다.
괜히 더 차갑게 들릴까,
혹은 감정의 불씨를 건드릴까 조심스레
젓가락만 움직인다.
복효근 시인의 장면도 그런 순간에서
출발한다.
명이나물 한 잎을 집었는데, 끝이 붙어 있어
또 한 잎이 따라오는 소소한 사건. 이윽고
아내의 젓가락이 다가와 조용히 떼어준다.
아무 의도 없는 손길, 그러나 바로 그
'무심코'가 마음을 흔든다.
부부가 오래 함께 살다 보면 감정의 큰
사건보다 이렇게 작은 움직임 하나가 관계의
온도를 바꾼다.
싸웠던 기억도 잊고, 말하지 못한 서운함도
잠시 밀려나고, 미세한 온기가 스며든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회복의 감각이다. 마음속에서는 이미 “영화나 한 편 볼까”
같은 평화의 신호가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입 밖으로 나오기엔 아직 조금
이르고, 대신 그 따뜻함만 조용히 심장에
스며드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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