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늘만 무료

세월이 스쳐 지나가는 자리에서

by 남궁인숙

송년회 축하공연에 가수 '조성모'

초대가수로 등장했다.

한때 '초록매실' 광고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던 그 목소리,

왕년에 무대를 장악하던 그 사람을 다시

만나는 일은 그 자체로 추억을 불러왔다.

그러나 오늘 그의 목소리는 예전 같지

않았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세월은 늘 조용히 흘러간다.

그가 이제 쉰 살이라고 했다.

그 사실만으로도 오래된 시간의 느낌이

손에 잡히는 듯했다.


무대는 여전히 밝았지만,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세월무상'이라는 말이

자리 잡았다.

연예인은 연예인이다.

깡 말랐지만 여전히 멋지다.

그를 보는 순간, 한 시대를 함께 지나온

누군가를 만난 듯 주변의 공기가 묘하게

정지한 느낌이 들었다.


한때는 그 음색에 기대어 위로받고 사랑을

고백하고 청춘의 어느 밤을 견디던 사람들도

있었다.

이 순간, 그녀들은 측은함이 느껴지지만

말없이 노래를 따라 부르기만 했다.

세월은 누구에게도 예외를 두지 않는다.

누구는 더 단단해지고,

또 누구는 조금씩 쇠약해지고,

시간은 똑같은 속도로 흐르면서도

사람마다 다른 모양으로 흔적을 남긴다.


조성모가 이제 쉰 살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머릿속에 오래전 이미지가

겹쳐졌다.

여전히 젊고 빛나던 그 얼굴,

높은음을 편안하게 올리던 모습,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시간이 이렇게 흘렀구나’라는 실감으로

바뀌었다.

그의 쉰 목소리는 밖으로 내지르지 못하고

자꾸만 안으로 말려 들어갔다.


송년회라는 자리는 원래 시간이 쌓여 만든

무게를 한 번에 떠안게 만드는 곳이다.

어떤 이는 한 해를 잘 마무리했다며 웃고,

어떤 이는 고단한 마음을 안고 의자에

조용히 앉아 있다.

그런 자리에서 조성모의 노래는 더 깊게

들어왔다.

비록 예전 같지 않은 음색일지라도

그가 여전히 무대에 서 있다는 사실,

노래를 부르기 위해 마이크를 잡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의 세월을 그대로 증명하는

일이었다.



그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우리가 가진 청춘의 순간은 언젠가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난다.

그러나 그 흔적은 사라지지 않는다.

한 시대를 함께 지나온 사람들에게

남긴 감정,

그때의 분위기,

그 시절의 풍경은 어느 순간 다시 우리를

찾아온다.

오늘 무대 위의 조성모가 그랬다.


무대가 굉장히 화려했다거나

기교가 뛰어났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변화’가 그대로 드러났고,

그 변화가 우리 각자의 나이 듦과 겹쳐

더 깊은 감정으로 다가왔다.

세월무상이라는 말은 원래 낡은 관념처럼

들리지만 저마다의 삶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조용히 현실이 된다.


조성모가 노래를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갈 때,

어떤 사람은 아쉬움을,

어떤 사람은 진한 그리움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을지 모른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흐르고,

그 흐름을 견디며 살아가는 것이

결국 삶의 방식이라는 것을.......


그날의 송년회 공연은 그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한 조용한 순간이었다.




https://suno.com/s/kmiF28Ij53HlFaDh



세월이 스쳐간 자리에서


작사:콩새작가

작곡:수노


1절

송년회 조명 아래

그대가 무대에 섰네

초록빛 광고 속의

그 목소리 기억나는데

오늘은 조금 다른

시간의 결이 들리네

세월은 말없이 와서

모두의 어깨에 앉아



흘러간 노래처럼

우리도 나이 들어가고

빛나던 그 시절도

조용히 뒤로 물러가네

그래도 참 반가웠어

다시 마주한 그 얼굴

세월무상 그 말속에

우리의 시간이 있었지


2절

전성기의 무대 같진

않아도 괜찮았어

쉰 해의 목소리에도

그의 길이 묻어 있었지

함께 나이 들어가며

따라 부르던 후렴구

오늘의 이 순간이

또 하나의 기억이 돼




흘러간 노래처럼

우리도 나이 들어가고

빛나던 그 시절도

조용히 뒤로 물러가네

그래도 참 반가웠어

다시 마주한 그 얼굴

세월무상 그 말속에

우리의 시간이 있었지

keyword

이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 전용 콘텐츠입니다.
작가의 명시적 동의 없이 저작물을 공유, 게재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brunch membership
남궁인숙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아이들의 눈빛에서 질문을 읽고, 그들의 침묵에서 마음의 언어를 듣고, 어린이집 현장에서의 시간과 심리학의 통찰로, 아이들의 성장을 이야기합니다. 여행을 통해 예술을 해석합니다.

323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53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301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