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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사랑은

by 남궁인숙

빛바랜 사랑은 시간이 지나도 마음

깊은 곳에 은근한 온기로 남는다.

그때의 우리는 지금보다 덜 성숙했고,

말도 미숙했지만,

이상하게도 서로에게서만 느껴지는

안정감이 있었다.


그 감정은 거창한 약속이나 화려한

사건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저 일상을 함께 지나가며

'여기 있어도 괜찮다'는 느낌을 주는,

그런 조용한 안도감이었다.


돌이켜 보면,

그 사랑은 이미 충분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오래가지 못했어도,

그 순간의 마음은 진짜였고,

서로를 지탱해 주기엔 그 정도면 족했다.


사랑이란 결국 거대한 결말이 아니라,

한 시절을 지나가게 해 준 감정의 무게다.

그때의 안정감이 있었기에 우리는

조금 덜 흔들렸고,

조금 더 단단해졌다.



빛이 바래도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다른 색으로 변해 마음에 남아

있을 뿐이다.

그 순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면,

그 사랑은 충분히 제 몫을 다한 것이다.


누군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고요해지고,

이유 없이 편안해지던 시간들.

그 감정이 어떤 이름을 가져야 하는지

몰라도, 분명 사랑이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 사랑이면 충분했다.

무엇을 더 바라지도, 거창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하루를 버티게 했고, 그 시절의 나는

그만큼이면 족했다.


사랑이란 꼭 오래 남아야만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잠시 스쳐 지나가도 마음의 한 부분을

따뜻하게 만든다면, 그 자체로 하나의

계절이 된다.

그 계절이 끝났더라도, 남겨진 온기는

내 삶에 조용히 스며 여전히 나를

지탱해 준다.






https://suno.com/s/yk0Z3CzOXOGwqdsR



빛바랜 사랑


작사:콩새작가

작곡:수노



1절

빛바랜 사랑이 내 마음에 남아

엇갈린 시간도 다 품어 주던 너

그때의 안정감, 말하지 않아도

내 어깨를 감싸 주던 따뜻한 숨결


그 사랑이면 됐어, 그걸로 충분했어

짙지도 연하지도 않은 우리의 계절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 온기만으로

난 다시 한번 살아낼 힘을 얻어


2절

멀어져 가면서 더 또렷해진 너

잡지 못한 손길이 아직도 아려와

하지만 괜찮아, 그때의 마음은

누구도 지울 수 없는 나의 작은 빛


그 사랑이면 됐어, 끝내지 못해도

스쳐 간 인연이 남긴 조용한 기도

흐릿하게 남아 있는 너의 미소까지

이젠 내 하루를 비추는 별이 돼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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