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코지마로 휴가를 왔다.
휴가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어제 하루는 꽤 길고 고됐다.
새벽부터 공항으로 이동하고,
비행기를 타고,
도착하자마자 라운딩 일정까지 이어졌다.
몸은 바다를 건너 이동했고,
시간은 흘렀지만,
쉬고 있다는 감각은 아직 따라오지
못한 상태였다.
여행의 첫날은 늘 그렇다.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몸이 먼저
지쳐버린다.
오늘은 새벽밥을 먹고 다시 라운딩을
하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알람도 그에 맞춰 맞춰두었다.
하지만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았다.
비가 꽤 많이 내리고 있었다.
일정표대로라면 움직여야 할 시간인데,
비 앞에서 계획은 자연스럽게 멈춰 섰다.
괜히 마음이 느슨해진다.
해야 할 일을 못 하게 되었을 때의
아쉬움보다는 잠시 멈출 수 있다는
안도감이 먼저 올라온다.
속으로는 '잘 됐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불한 여행 경비는 좀 아깝지만~~~~
미야코지마의 비는 조용했다.
호텔 컨디션이 일본치고 너무 화려했다.
호텔을 잘 선택한 것 같다.
넓고, 탁 트인 뷰가 특히 좋았다.
비는 빨리 그칠 것 같지 않다.
아마도 하루 종일 내릴 것 같다.
그저 “오늘은 쉬어도 된다”라고 말하듯 했다.
꾸준하고 묵묵히 내린다.
여행지에서는 계획이 틀어질 때
비로소 여행이 시작된다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를 성취하지 않아도 되는 날,
어디를 가지 않아도 되는 아침,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휴가의 본모습일지도 모른다.
빗소리를 들으며
이곳에 굳이 무언가를 하러 오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잘 쉬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비처럼 흘러가도 되는 하루.
미야코지마의 아침은
오늘 그렇게 시작하게 했다.
https://suno.com/s/TkzUPeTbuD0fbAUI
작사:콩새작가
작곡:수노
새벽 공항 불 켜진 시간
커피가 식어가고,
비행기 창밖으로
어제는 이미 멀어져 긴다.
라운딩을 향해 달려온 몸
쉬고 싶단 말은 뒤로 미뤄
알람보다 먼저
빗소리가 나를 깨워
비가 와....
오늘은 멈춰도 된다고
계획보다 느린 하늘이
괜찮다고 말해
비가 와.....
아무 데도 가지 말라고
잘 쉬는 법을 몰라온 나에게
처음으로 허락된 아침
젖은 야자수 아래
시간도 우산을 접고
해야 할 일 대신
그냥 숨을 고른다
비가 와....
미야코지마의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를
여행이라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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