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크쇼에서 개그맨 고명환의 강연을
들었다.
웃음을 기대하고 갔지만, 돌아올 때는
질문 하나를 품고 나왔다.
“네모난 책은 얼마나 넓은가?”
순간 강연장이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웃어야 할지,
계산해야 할지 모르는 표정이었다.
고명환 강사는 웃으며 말했다.
“가로 곱하기 세로죠. 그럼 끝입니다.”
그 문장은 농담이 아니라 태도였다.
우리는 늘 말이 많다.
“요즘 힘들다.”
“경기가 안 좋다.”
“사람이 문제다.”
“시간이 없다.”
그런데 그 말들 중에
정확히 계산된 말은 몇 개나 될까.
힘들다는 건 무엇이 힘든가.
수입이 줄었는가,
비용이 늘었는가.
시간이 없다는 건 하루 24시간 중
몇 시간을 어디에 쓰고 있는가.
네모난 책의 넓이는 애매하지 않다.
가로와 세로를 재면 끝이다.
문제는 우리가
재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강연장에서 그가 말하던 표정이 기억난다.
유쾌했지만 단호했다.
막연하게 살지 말고, 구조를 보라고 했다.
그 말은 뜨끔하게 나를 찔렀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나는 종종 감정으로 문장을 만들어 낸다.
운영자로서 나는 때때로 분위기로 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구조를 보지 않으면
감정은 방향을 잃는다.
이 문제는 얼마나 넓은가?
정확히 재어 보았는가?
수치로 말할 수 있는가?
막연함은 불안을 키우고,
구체성은 결단을 만든다.
강연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삶이 어려운 게 아니라 삶을 계산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생각했다.
"네모난 책은 얼마나 넓은가."
어쩌면 그 질문은
세상을 향한 것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향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개그맨 고명환이 자주 던진다는 이 질문은
처음 들으면 엉뚱하다.
책이 네모난 건 당연하고,
넓이는 가로 ×세로 아닌가.
그런데 바로 그 지점에서 멈칫하게 된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느낌으로 말한다.
“요즘 경기가 너무 안 좋아.”
“사람들이 책을 안 읽어.”
“나는 시간이 없어.”
“어린이집 운영이 점점 힘들어.”
다 맞는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계산하지 않은 말들이다.
경기가 얼마나 나쁜지,
독서율이 몇 퍼센트인지,
나는 하루에 몇 시간을 어디에 쓰는지,
운영비와 수입 구조가 정확히 어떻게
변했는지는 계산하지 않은 막연한 숫자였다.
네모난 책의 넓이는 감정이 아니다.
측정의 문제다.
가로 15cm, 세로 22cm라면 330㎠다.
끝이다.
논쟁도, 불안도 없다.
그 질문은
당신은 지금 삶을 계산하고 있는가,
아니면 느낌으로 살고 있는가?라고
묻는다.
막연함은 공포를 키우고,
구체성은 불안을 줄여준다.
책이 '두꺼워 보인다'는 말은 막연하다.
“420쪽이다”는 말은 구조다.
“돈이 많이 든다”는 감정이고,
“월 고정비 380만 원이다”는 데이터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특히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을수록 그렇다.
조직을 운영하는 사람,
글을 쓰는 사람,
강의를 하는 사람,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일수록
‘느낌’은 위험하다.
측정은 냉정하지만, 냉정함은 우리를 살린다.
네모난 책의 넓이를 묻는 말은
사실 이런 것이다.
세상 대부분의 문제는 복잡해서가 아니라
정확히 보지 않았기 때문에 커진다.
인생도 그렇다.
관계도 그렇다.
사업도 그렇다.
막연한 두려움은
구체적인 숫자 앞에서 힘을 잃는다.
나는 이 질문이 좋다.
엉뚱한 농담처럼 시작하지만 끝은 태도를
말한다.
"네모난 책은 얼마나 넓은가?"
오늘 내가 두려워하는 그 문제는
과연 얼마나 넓은가?
정말 계산해 본 적이 있는가?
어쩌면 우리는
삶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삶을 재어보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https://suno.com/s/nOtDdsnpPdnmWZCY
작사:콩새작가
작곡:수노
1
강연장 불빛 아래 웃음이 번질 때
가벼운 농담처럼 던져진 한마디
“네모난 책은 얼마나 넓은가”
모두가 잠시 멈춰 나를 돌아봤지
가로 곱하기 세로면 끝이라는 말
그 단순한 공식이 마음을 울려
막연했던 고민도 숫자로 재 보면
생각보다 작았다는 걸 알게 돼
재어 보지 않으면 커지는 불안
계산해 보면 선명해지는 답
두 손에 자를 들고 오늘을 재 보면
내 삶도 도형처럼 분명해져
2
힘들다는 말속에 숨은 이유를
차분히 펼쳐 놓고 줄을 그어 봐
시간이 없다는 핑계 대신에
내 하루를 다시 계산해 봐
감정의 파도는 쉽게 넘치지만
구조는 조용히 길을 만들어
숫자로 바라본 세상 한가운데
나는 조금 더 단단해져 가
재어 보지 않으면 커지는 불안
계산해 보면 선명해지는 답
네모난 책처럼 오늘을 재 보면
내 삶의 넓이도 보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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