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이라는 이름이 여전히 달력에 찍혀
있지만, 우리가 보내는 명절의 풍경은
이미 많이 달라졌다.
성묘도 미리 다녀오고, 제사도 사라졌다.
오빠는 “그래도 아쉬우니까 형제자매끼리
식사라도 하자"라고 제안하였다.
의례는 줄었지만, 관계까지 끊어질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
긴 연휴, 특별한 계획도 없던 우리는
두 아들과 함께 길을 나섰다.
아들이 운전하는 차에 타 보니,
묘한 감정이 스쳤다.
편안함과 불안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나는 본능처럼 말했다.
“천천히 가라.”
“차선을 지켜라.”
“방어운전해라.”
아들은 결국 한마디 했다.
“엄마, 저는 누가 지시하는 걸 제일
싫어해요.”
그 말이 날카롭게 가슴에 꽂혔다.
나는 걱정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들에게는 통제였던 것이다.
언젠가 내가 운전대를 쥐고 아이들을
태웠듯, 이제는 자리가 바뀌었다.
씁쓸하게도 그 변화를 인정하지 못한 건
나였다.
만나기로 한 식당은 놀라울 만큼 컸다.
1층은 식당, 2층부터 5층까지는 주차장.
명절인데도 북경오리와 양갈비를 먹으러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찻집 또한 거대한 홀에 사람들이 빼곡했다.
마치 모두가 ‘집’ 대신 ‘공간’을 찾아 나온
것처럼 보였다.
예전 명절의 중심이 조상과 의례였다면,
지금의 명절은 이동과 소비, 그리고 각자의
선택에 가까워졌다.
누군가는 제주도,
누군가는 해외로 떠났고,
인천공항은 인산인해라고 했다.
누군가는 맛집을 돌고,
누군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명절이 더 이상 ‘의무의 시간’이 아니라
‘각자의 시간’이 된 것이다.
오빠는 우리를 보며 반가워했지만,
명절에 오지 않은 아들 이야기에 표정이
잠시 어두워졌다.
세대는 더 멀리 흩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명절이 가족을 묶어 두는
끈이었다면,
이제는 그 끈이 느슨해진 대신
각자의 삶으로 옮겨졌다.
나는 우리가 잃은 것은 형식일까,
아니면 방향일까를 생각했다.
제사가 사라진 명절에 사람들의 의무는
가벼워졌지만, 그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거대한 식당과 찻집,
북적이는 공항,
그리고 아들의 운전석.
이 모든 장면이 하나의 메시지를 말해준다.
시대는 바뀌었고, 중심은 이동했다.
조상에서 현재로,
의례에서 선택으로,
부모에서 자식으로.
명절의 의미는 줄어든 것이 아니라 이동한
것이다.
이제 명절은 ‘함께 모여야 하는 날’이 아니라
‘각자의 삶을 인정한 뒤, 그래도 만나기로
선택하는 날’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다음 명절에는 잔소리를 조금
덜 하기로 마음먹었다.
관계는 통제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존중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안다.
명절이 변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변한 것이다.
https://suno.com/s/zqTWj3GarBuO0kzc
작사:콩새작가
작곡:수노
1
구정 달력은 그대로인데
집 안은 조용해졌네
차례상 대신 예약 문자
우린 식당으로 모였지
아들이 잡은 운전대 위에
내 마음은 아직 브레이크
“천천히 가라” 또 한마디
걱정은 사랑이었을까
시대는 저만치 앞서 가고
나는 아직 뒤를 본다
붙잡으려 할수록 멀어지는
우리의 거리
그래도 같은 하늘 아래
오늘은 함께 앉아 있네
2
오빠는 웃고 있었지만
비어 있는 자리 하나
명절에도 오지 못한
젊은 시간의 방향
북경오리, 양갈비 향기
사람들로 가득한 찻집
조상 대신 맛집을 찾는
달라진 풍경 속에서
시대는 저만치 앞서 가고
나는 아직 뒤를 본다
붙잡으려 할수록 멀어지는
우리의 거리
그래도 같은 하늘 아래
오늘은 함께 앉아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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