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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Jul 21. 2024

화냥년 속고쟁이가랑이꽃

은방울꽃

 청계사 쪽으로 계속 올라가다 보니 길가에 은방울꽃이 소담스럽게 피어있었다.

야생화 중에서도 귀한 대접을 받는 꽃,

믿거나 말거나 은방울꽃의 향이 여성의 난자에서 나는 향과 같다고 하여 남성들이 좋아하는 꽃이라고 한다.

밤나무의 밤꽃의 향은 남성의 정자 향과 비슷하다고 하는데 같은 의미라면 밤꽃은 여성들이 좋아해야 하는 꽃이다.

생김새가 마치 방울을 닮아 '은방울꽃'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꽃은 아래로 매달려 피어나며, 은방울꽃의 꽃말은 '순결'이었다.

유럽에서는 은방울꽃으로 만든 꽃다발을 선물 받으면 행운이 온다고 믿기에 선물로 많이 활용된다고 하였다.

은방울꽃의 향이 중추신경을 마비시키는 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있어 침입자가 사람을 해칠 침실에 몰래 들어와서 화병에 은방울꽃을 꽂아 놓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고 보니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해쳐야 할 때 침입자가 들어와서 주인공 방에 은방울꽃을 몰래 꽃아 두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은방울꽃은 순수한 우리말로는 '화냥년 속고쟁이가랑이꽃'라고 부른다.

참 꽃이름을 괴상하게도 지어놓았다.

'화냥년 속고쟁이가랑이꽃'이라는 단어를 갖게 된 유래가 있었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군에 끌려간 여인들이 살아서 돌아오면 환향녀(還鄕女)라고 불렀다고 하였다.

세월이 흘러서 환향녀(還鄕女)가 변해서 '화냥년'으로 발음이 되어 오늘날 '화냥년'이라는 단어가 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에 청나라에 끌려간 여인들은 성적인 굴욕을 당한 더럽혀진 몸이라고 생각되어 고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꺼렸지만, 어쩌다가 살아서 돌아온 여인들을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하여 천대를 받고 집안에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그래서 성왕당 옆 소나무에 목을 메어 죽기도 하고, 깊은 연못에 빠져 죽기도 했다.

그들은 다시 청나라로 돌아가는 이들도 있었으며, 천민이 되어 거리의 주막에서 몸을 팔면서 생계를 잇기도 했던 것이다.

청나라 군의 아이를 임신해서 돌아오면 '호로자'라 하며 냉대를 받기도 했다.

'환향'라는 단어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면서 외간남자와 불륜을 저지른 여인을 '화냥년'이라고 지칭하게 된다.

 청나라에서 돌아온 여인들의 기구한 운명을 구제하기 위해 그 당시 조정에서는 방을 내걸었다.

서울 홍제천 맑은 물에 3일 동안 몸을 깨끗이 씻고 오는 화냥녀에게는 불문으로 하겠다고 하였다.

이에 청나라에서 돌아온 환향녀들은 그 '화냥년'이라는 주홍글씨를 지우기 위해 홍제천에 가서 흰 고쟁이를 벗어서 나뭇가지에 걸어두고 3일 밤낮 동안을 몸을 씻게 된다.

하얀색 고쟁이를 걸어 둔 나뭇가지의 모습이 홍제천 언덕배기에 핀 이름 모를 꽃과 닮았다고 하여 그 꽃의 이름을 '화냥년 속고쟁이가랑이꽃'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은방울꽃은 참으로 슬프고도 슬픈 사연이 있는 꽃이었다.

 청계사에 다다를 때까지 많은 식물들을 관찰하고 식물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식물에 대한 배움이 늘어갈수록 식물들이 너무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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