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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을 찧다

사소한 일이 큰일이 되어 돌아온다.

by 남궁인숙

아침에 일어나서 휴대폰을 집으려다가 침대 모서리에 발가락을 찧었다.

눈에서 별이 튄다. 띠로리~ 눈에 뵈는 게 없다.

가운데 발가락을 잡고 펄쩍펄쩍 한 발로 뛰다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눈물이 찔끔 난다.

눈물을 찔끔거리면서 한동안 웅크린 자세로 발가락에 입김을 호호 불어주었다. 발가락은 점점 부어오르더니 시퍼렇게 멍이 올라온다.

'뼈가 부러진 건 아니겠지?'

한참을 넋 나간 사람처럼 있다가 조심스럽게 발가락을 움직여 보았다. 그나마 움직여지는 걸 보니 뼈는 부러지지 않은 것 같다.

신발을 신어 보았다. 신발을 신으니 통증이 있다. 그 사이 발가락이 부어올라 신발이 작아진 것처럼 느껴진다. 아무래도 소염 진통제라도 먹어야겠다. 휴일이 길어서 병원도 못 가는데 아쉬운 대로 집에 있는 파스로 발가락을 동여 매 본다. 별일 없어야 할 텐데~~

발가락을 가만히 관찰해보니 발가락들이 신발에 끼어서 원래의 자기 모양대로 생기지 못한 채 신발의 의지대로 막 생긴 것 같다. 그동안 눈에 보이는 부분만 신경 쓰고 살았지 막 생기도록 발가락에 신경을 쓰고 살지 않았던 것 같다.




강풀 작가의 '안녕, 친구야'라는 동화책이 생각난다.

문지방에 발가락을 찧고서 안방에서 자고 있는 아이의 엄마 아빠를 울음으로 불러 본다. 아무리 불러 보아도 아이를 돌보러 나오지 않는 게 약이 올라서 더 크게 울어 본다. 그러자 아이에게 담장 위의 고양이가 이렇게 말을 한다.

"네가 울면 우리 고양이가 우는 줄 알고 사람들이 싫어해." 라며 담장 위의 아기 고양이가 발가락이 아픈 아이를 못 울게 한다.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마치 고양이가 우는소리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나도 동화 속 아이처럼 꺼이꺼이 소리 내어 울고 싶다.


22883232.jpg 사진출처- yes 24.com



대부분의 척수 동물이라면 뒷다리에 발가락이 있는데 사람은 한 발에 다섯 개의 발가락이 있어 총 10개의 발가락으로 살아간다. 임산부가 임신 9주 차가 되면 태아의 팔다리가 길어지면서 손가락, 발가락이 생기기 시작한다.

엄지발가락은 두 개의 뼈로 되어있어 조금 두툼하고 넓게 생겼다. 나머지 발가락은 세 개의 뼈로 이루어져 있다. 손가락보다 짧은 발가락은 다섯 개의 갈라진 부분으로 땅에 의지하면서 사람이 직립보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중의 한 개라도 없다면 균형을 잡을 수가 없어서 뒤뚱거리며 걷게 된다.

그러고 보니 우리에게 참으로 소중한 발가락은 태아 때 만들어진 이후로 혹사를 많이 당하고 살았구나 싶다.

'열심히 사느라 지친 내 발가락들아! 그동안 너무 수고가 많았구나.'

이 순간부터라도 내신체의 일부인 발가락들을 더욱 사랑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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