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로 웃는다.
어린이집 업무를 대충 마치고 한숨 돌리고 있자니 인근에 계시는 평화어린이집 원장님께서 전화를 한다.
“원장님, 원에 계세요?”
“네, 원장님.”
“잠깐 현관문 좀 열어주세요.”라고 한다. 현관으로 달려가 보니 평화 원장님은 한 손에 직사각형의 가늘고 긴 상자를 들고 서 계신다. 무심하게‘툭’건네면서“집에서 내렸어요. 맛있게 드세요.”라고 하면서 도로변에서 운전기사가 대기하고 있어서 빨리 가야 한다면서 붙잡을 겨를도 없이 총총히 사라지신다.
평화 원장님께서는 요즘 다리가 많이 불편하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장인의 손길로 집에서 방울방울 내린 커피라면서 예쁜 커피 용기에 담아 작은 상자로 포장까지 해서 가져오신 것이다.
도로변에서 기다려 주는 운전기사는 다름 아닌 인근의 보라 어린이집 원장님이셨다.
사무실에 들어와서 상자를 열고 커피가 담긴 용기를 꺼내보니 맑은 색의 농축된 더치커피가 영롱한 자태를 뽐내면서 얼른 마셔달라고 유혹한다.
하루 종일 근무하면서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하루가 너무 길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그만큼 커피는 나에게 위로와 위안을 준다. 고급스러운 카페에서 마시는 것처럼 유리잔에 얼음을 동동 띄워 더치커피를 따라보았다. 유명한 바리스타가 내린 녹진한 커피처럼 커피의 향이 여운을 길게 몰아간다.
커피를 내려서 지인들의 가가호호의 현관에서 무심코‘툭’던지며 선물 주고 떠나는 영화보다 더 진한 감동을 느끼게 하는 평화 원장님은 어떤 마음이실까? 지인들의 방문길에 길동무하며 운전해 주시는 보라 어린이집 원장님의 마음은 또 어떤 마음일까? 헤아려보니 감동이다.
더치커피 한 병이 사람의 마음을 감동으로 몰고 가는 비결, 아무나 할 수 있는 배려는 아닐 것이다. 아침부터 원장님들의 아름답고 눈부신 배려에 감동이 꼬리를 물어 마음 속에서 콩 콩 콩 하트가 날아오른다.
감동의 여운을 전할 카드와 함께 따뜻한 녹차를 사무실로 배달시켰더니 답 문자가 온다.
원장님, 아주 작은 마음을 이리 큰마음으로 전달해 주시니 더 감사합니다.
할 수 없이 고백합니다.
제가 방울방울 내렸다는 것은 '뻥"입니다.
부디 신고하지는 마세요.
제 마음으로 내린 것은 분명하오니.......
너무 죄송해서 어떻게 하죠?
난 원장님이 이렇게 속으실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출근하던 길에 경로당 앞에서 어르신들께서 커피를 내려서 팔고 있기에 지인들에게 주려고 여러 병을 구입하여 선물을 했다면서 성당 신부님께 고해성사하듯 문자를 보내온다. 정말 깜빡 속았지만 뻥쟁이의 뜻밖의 선물에 기분이 좋아지는 아침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진행 중이어도 아직 세상은 살만하고 가슴 찡한 여운을 주는 우정을 나누는 사회임에 틀림없다.
아름다운 마음이 담긴 커피로 삶 속에서 행복을 주는 이웃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직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세상이다. 아름다운 커피를 마시며 오늘도 나는 웃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향기다
집 근처에서 커피를 볶을 때면
나는 서둘러 창문을 열어 그 향기를 모두 받아 들인다
-장자크 루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