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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권력의 성적 남용

수도자, 평신도 여성에 대한 교회의 구조적 착취

by Francis Lee

교회는 언제나 ‘성(性)’을 억압의 언어로 다루어 왔다. 인간의 육체는 타락의 상징이자 죄의 통로로 규정되었고, 여성의 몸은 아담의 범죄를 유혹한 ‘이브의 유산’으로 낙인찍혔다. 그러나 그 억압의 이면에는 언제나 권력으로서의 성(性)이 존재했다. 성을 억압하는 자가 곧 성을 소유하게 되는 구조, 그리고 그 소유는 도덕의 이름으로 정당화되었다. 성직자의 금욕은 겉으로는 ‘거룩함의 징표’로 포장되었으나, 실제로는 성적 권력을 독점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였다. 성을 통제하는 자는 인간의 가장 내밀한 영역을 지배하게 되며, 이는 단순한 쾌락의 차원을 넘어 영혼의 지배로 확장된다.

교회는 이 권력의 작동을 너무나 오랫동안 은폐해 왔다. 수도원에서, 고해성사실에서, 영신지도의 자리에서, 신앙상담의 이름으로 수많은 여성 신도와 수도자들이 침묵 속에서 착취당했다. 그러나 그들의 고통은 ‘시험’으로, ‘영적 성장의 과정’으로, 심지어 ‘신의 뜻’으로 덮였다. 이 침묵의 신학, 은폐의 신학이야말로 교회의 성적 권력 체제를 지탱해 온 근본적 토대였다.


이제 우리는 이 구조를 직시해야 한다. 성적 권력은 단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교회의 제도와 신학이 함께 구축한 체계적 폭력이다. 이는 신학적 성찰 이전에 윤리적 심판의 문제이며, 신앙 이전에 인간의 존엄에 관한 문제이다. 성은 단지 육체의 문제나 개인의 도덕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배분과 통제의 문제다. 미셸 푸코가 지적했듯, 권력은 억압이 아니라 생산을 통해 작동한다. 교회가 성을 억압한 것은 결코 성을 부정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오히려 성을 억압함으로써 성에 대한 담론과 통제를 독점하고, 그로써 인간의 욕망을 신학적 언어로 길들이는 장치를 만들었다. 사제는 고해성사를 통해 신도의 성적 경험을 ‘고백’의 형태로 수집하며, 그 내밀한 영역을 신학적 언어로 규정짓는다. 성적 욕망은 죄로 명명되고, 사제는 그 죄의 사면을 부여하는 자로 군림한다. 이때 사제는 단순한 영적 지도자가 아니라 인간의 욕망을 재구성하는 절대 권력자로 변모한다. 곧 교회의 금욕주의는 성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성에 대한 통제권을 성직자 계급이 독점하는 방식으로 재구조화한 것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여성은 이중의 억압을 받는다. 여성의 성은 ‘유혹의 근원’으로서 경계되고, 동시에 ‘성직자의 구도적 시험’의 도구로 전락한다. 여성은 죄의 원형이자 구원의 시험대이며, 남성 성직자의 도덕적 정당성을 증명하는 수단이 된다. 이 왜곡된 신학 구조는 성직자와 여성 신도·수도자 사이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불평등하게 만들었다. 그 관계는 사랑도, 신뢰도 아니라 영혼을 빌미로 한 지배와 복종의 관계였다.


교회 역사에서 여성 수도자들은 종종 “그리스도의 신부”로 불리며, 세속의 욕망으로부터 벗어난 순결의 상징으로 이상화되었다. 그러나 실제 수도원 내부에서는 이 ‘영적 순결’이라는 신학적 언어가 가장 비정한 성적 권력의 도구로 작동했다. 중세 유럽의 수도원들은 남성 사제의 감독 아래 있었고, 여성 수도자들의 영적·육체적 삶은 철저히 통제되었다. 그들은 사제의 고해성사를 받아야 했고, 영적 지도를 명목으로 한 남성 성직자의 방문이 일상화되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수많은 성적 착취와 강요가 발생했지만, 그것은 외부로 드러나지 않았다. 수도원의 폐쇄성과 교회의 자기 보호 논리는 피해자들을 침묵하게 만들었다.

16세기 트리엔트 공의회 이후, 교회는 수도생활의 규율을 강화하면서도 남성 감독의 권한을 절대화하였다. 그 결과, 여성 수도원은 더 철저히 외부와 차단되었고, 내부의 권력은 더욱 왜곡되었다. 19세기말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수도원에서 드러난 성적 폭력 사례들은 이러한 구조의 전형을 보여준다. 여성 수도자들은 사제의 ‘영적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고, 거부는 곧 ‘불순명’으로 간주되어 수도복을 박탈당하거나 추방당했다. 성직자의 명령이 곧 신의 뜻으로 해석되는 구조 속에서, 그들의 몸은 신앙의 이름으로 유린되었다.

이것은 단지 과거의 일이 아니다. 2019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인정했듯, 여성 수도자에 대한 성적 착취는 현재도 전 세계 여러 교구에서 지속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와 남미에서는 남성 사제가 여성 수도자를 임신시키고 낙태를 강요하거나, 침묵을 조건으로 사제직을 유지하는 사례가 빈번히 보고되었다. 그럼에도 교회는 피해자 보호보다는 ‘교회 명예의 보존’을 우선시했다. 이는 단순한 도덕적 비겁함이 아니라, 교회의 성적 권력이 여전히 제도적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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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오래 살면서 종교와 여행과 문화 탐방에 관심을 기울인 결과 지식으로 농사를 짓게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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