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현대 기독교의 종교적 폭력

근본주의, 테러, 정치 개입

by Francis Lee

예수가 새로 선포한 신의 이름은 2천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죽음을 명령한다. 30년 전쟁의 기억과 식민 시대 폭력의 유산은 반성과 교훈이 아니라 여전한 어쩌면 더 교묘해진 형태의 분노와 증오다. 그래서 신의 언어는 완전히 침묵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언어는 세속의 언어로 변장하여 근대 정치와 결탁했고, 새로운 형태의 폭력, 곧 근본주의와 테러, 그리고 이른바 '네오 신정'(neo-theocracy)로 되살아났다. 현대의 종교적 폭력은 중세의 화형대나 십자군의 칼날을 날 것 그대로 되풀이하지 않는다. 그대신에 신앙의 언어를 ‘도덕적 의무’로, 교리의 엄격함을 ‘문화적 정체성’으로, 그리고 신의 명령을 ‘정치적 사명’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종교적 폭력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그것은 여전히 '신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생명을 마음대로 심판하는 권리를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데 있다. 다만 그 형태가 달라졌을 뿐이다. 신의 이름으로 불을 질렀던 중세의 성직자들은 이제 미디어와 정치무대에서 ‘도덕적 대변자’로 등장하고, 성소를 지키기 위해 전쟁을 벌이던 병사들은 이제 ‘문명의 수호자’로, 교황과 왕의 이권을 도모하던 자들이 ‘민족의 구원자’라는 이름으로 다시 등장한다. 신앙의 언어는 과거 기독교 국가 시절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권력의 언어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근본주의'(Fundamentalism)라는 단어는 20세기 초 미국 개신교에서 처음 등장했다. 1910년에서 1915년 사이에 <The Fundamentals: A Testimony to the Truth>라는 소책자 시리즈가 발간되었다.이이 시리즈는 총 64명의 작가가 참여해 약 90개의 에세이로 구성되었고, 고등 비평주의(higher criticism), 세속주의, 진화론 등을 비판하며 무엇보다도 축자영감설(verbal inspiration)에 기초한 성경 무오성(biblical inerrancy)과 문자적 진리(literal truth)를 강조함으로써, 현대 근본주의 운동의 신학적 기초가 됐다. 이들은 자신의 주장의 확실한 근거로 성경을 내세운다. 그리고 자기 주장의 절대성을 위해서 성경의 무오성을 강조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가장 강력한 단언은 L. W. Munhall이 한 다음과 같은 것이다.


“THE BIBLE AS WE NOW HAVE IT, IN ITS VARIOUS TRANSLATIONS AND REVISIONS, WHEN FREED FROM ALL ERRORS AND MISTAKES OF TRANSLATORS, COPYISTS AND PRINTERS, (IS) THE VERY WORD OF GOD, AND CONSEQUENTLY WHOLLY WITHOUT ERROR.”(“오늘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성경은, 여러 번역·개정본을 포함하여 번역자·필사자·인쇄자의 모든 오류와 실수를 제거한다면, 바로 하나님의 말씀 자체이며, 따라서 전면적으로 오류가 없다.”)(L. W. Munhall, “Inspiration,” The Fundamentals, p.34~35.)


그런데 성경 연구로 드러난 성경 원문 제체의 오류나 모순적 기록에 대한 고등 비판자들의 공격에 대해 James M. Gray는 다음과 같이 변명한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Francis Le···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독일에서 오래 살면서 종교와 여행과 문화 탐방에 관심을 기울인 결과 지식으로 농사를 짓게된 사람입니다.

1,399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3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41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3화식민지 개척과 교회의 관행적 분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