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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Apr 15. 2024

윤 대통령이 정신 못 차리는 데는 이유가 없다고?

대한민국이 세월호가 될 모양이다.

용산 비서실장 후보로 이동관을 언론에 흘려봤다가 여론이 나빠지자 결국 원희룡을 밀고 나온다는 소식이 들린다. 결국 윤 대통령은 전혀 정신을 못 차렸다는 이야기라는 말이 이미 돌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는 틀린 말이다. 윤 대통령은 정신이 멀쩡하다. 임기를 시작하면서부터 불통과 고집의 초지일관으로 버텨온 행적을 보면 알 수 있다. 윤 대통령은 현재 한국 대통령제의 단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시금석이 되고 있다. 앞으로 개헌 논의가 이루어질 때 윤 대통령은 늘 반면교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런 윤 대통령의 불통 고집의 대가는 당연히 추락하는 지지율이다. 최근 총선 직후 실시된 조사에서 지지율이 28%로 떨어졌다는 뉴스가 나온다. 그러나 문제는 이 28%가 콘크리트라는 데 있다. 아무리 실정을 거듭하고 총선에서 폭삭 망했어도 경상도와 강남의 28%는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윤 대통령은 버틸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 28%가 윤 대통령이 정신 못 차리는 결정적 이유가 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란이 약 300기에 달하는 미사일과 드론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이스라엘의 방공망으로 대부분을 요격했다지만 이번 방어에 든 비용이 거의 2조 원에 달한다는 말이 들린다. 하룻밤에 국방 예산의 10%가 날아갔다. 이란이 이런 공격을 9번 더 하면 이스라엘은 추가경정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말이다. 전쟁에 대비해서 이스라엘은 이미 올해 예산을 18조 원 증액했다. 그런데 그 예산을 ‘날리면’ 바이든이 도와줄까? 당장은 그럴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을 적극적으로 도울 나라는 미국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중동에서 전쟁의 위험이 커질수록 한반도의 전쟁 위험 확률도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중국과 실질적인 전면전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국방 전력을 중동에 쏟아붓게 되면 이 기회를 중국이 노리고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일단 중국이 대만을 접수하고 나면 중동에서 발을 뺄 수 없는 미국은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계산을 시진핑은 이미 끝낸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 글(참조: https://brunch.co.kr/@friscii/431)에서 말한 대로 중국이 대만을 점령할 때 반드시 북한을 끌어들이게 되어 있다. 전선을 분산시켜서 이른바 성동격서 전략을 택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만약 중동과 극동에서 동시에 전쟁이 발발하면 미국으로서 두 전장에 동시에 관여하는 것은 벅찬 일이다. 그리고 사실 대만을 두고 중국과 패권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극동을 목숨 걸고 지킬 이유는 없다. 그러나 중동을 포기하면 에너지를 포기하는 것이 되니 이는 선택지가 될 수 없다. 더구나 중국이 인구 감소와 경기 하락으로 미국의 경제를 위협할 겨를이 없는 상황이니 당장 큰 위협이 될 수는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게다가 중국은 대만에 비해 국방 예산과 정규군 규모에서 각각 18배 12배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도움이 없으면 상황은 바로 종료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중동에 모든 전력을 기울이면 대만은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 대만을 수호하려는 이유는 딱 하나다. 바로 대만의 반도체 기술이다. 그러나 이번 지진 사태에서 확인한 대로 미국의 반도체 시장은 대만 의존도를 빠른 속도로 줄여나가고 있다. 미국이 몇 년 내에 해외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는 데 성공하면 대만은 버리는 카드까지 될 수 있다.  

   

중국은 첨단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미국의 기술을 많이 모방해 왔다. 그것을 안 미국이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기 위해 기술 이전 루트를 모조리 차단하고 첨단 부품과 장비도 중국이 접근하지 못하게 만드는 중이다. 이에 중국도 첨단 기술의 국산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극동 지역에서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할 이유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중국은 대만을 접수하지 않아도 기술 발전 계획에 차질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만을 접수하면 중국의 발전 속도가 좀 더 빨라질 수는 있지만 그뿐이다. 그래서 중국의 기술 독립이 이루어지게 되면 미국이 대만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칠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물론 미국은 중국이 미국에 맞서는 G2, 곧 패권국가가 되는 것을 절대로 바라지 않는다. 지난 근대사에서 미국은 영국, 독일, 프랑스가 미국에 맞먹는 것을 철저히 억압했다. 냉전 시대에는 소련이 미국에 맞먹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역량을 기울였다. 이제 중국이 미국과 맞먹는 것을 눈 뜨고 볼 수 없는 미국이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그러나 중국은 유럽 제국과 소련, 현재의 러시아와는 차원이 다른 나라다. 중국의 발전을 막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른바 국가 자본주의를 채택한 중국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조화를 지금까지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유지해 왔다. 그리고 비록 줄어들고는 있지만 인구도 여전히 인도와 더불어 14억 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경제력으로는 27.9조 달러의 미국에 이어 18.5조 달러로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3위 이하의 독일, 일본, 인도, 영국, 프랑스를 합친 것에 버금가는 규모다. 참고로 한국은 1.7조 달러로 러시아에도 밀린 13위로 추락했다. 이런 중국에 정치·경제적으로 종속되다시피 한 북한이 중국의 요구를 뿌리치기란 사실 불가능하다. 또한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자국의 국방력 증진에 러시아로부터 어느 정도 도움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분위기가 중국과 소련 그리고 북한에 한 번 해볼 만하다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윤 대통령은 여전히 ‘내 길을 가련다!’만 시전 하는 중이다. 결국 지난 2년의 시행착오를 지속하겠다는 말이다. 더 큰 문제는 그런 윤 대통령을 제어할 자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다. 원희룡은 윤 대통령이 이미 ‘가지고 노는’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이번 총선에서도 사실상 원희룡은 버린 카드였다. 그런데 느닷없이 이재명 대표의 지역구에 내보낸 것이다. 윤 대통령이 총선을 장난으로 여기고 있었다는 여러 증거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그런 원희룡을 이제 비서실장으로 쓴다는 소문이 저잣거리에 횡횡하고 있다.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한반도를 둘러싼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가 전혀 없는 가운데 국내 경제는 파탄 직전이고 총선에서 확인된 사회적 분열은 치유될 가능성이 제로인 상황에서 내 권력 내 맘대로 쓰겠다는 윤 대통령을 과연 국민이 언제까지 따라야 하는 것일까? 위기 때마다 윤 대통령은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국민은 물론 28%의 콘크리트다. 그러나 그들의 선택으로 0.73%p의 차이로 신승했지만 지난 2년간 보여준 대로 나머지 70% 되는 국민을 버린 결과 나라는 문자 그대로 풍전등화의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총선에서 대패했어도 눈 하나 꿈쩍 안 하는 윤 대통령을 보면서 절망을 느끼지 않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내일은 세월호 사고가 난 지 10년 되는 날이다. 그래서인가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다. 그 당시 무책임한 선장과 승무원들이 도망가는 사이에 무고한 생때같은 고등학생들이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였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을 보면 대한민국 자체가 세월호인 것만 같다. 그런데 대한민국호가 침몰해도 선장인 윤 대통령은 별 위기의식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3년 더 채우기 위해 ‘이대로 못 먹어도 고!’를 외치는 중으로만 보인다. 그리고 그런 윤 대통령을 위해 국민의 28%는 순장조를 자처하고 있다. 이러다가 나머지 70%도 다 죽는데도 말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 위기가 더욱 악화하면 다 같이 세월호를 타고 있던 고등학생들의 운명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나중에 밝혀진 대로 세월호는 이미 낡아서 항행이 힘든 배였다. 그리고 선원들도 함량 미달인 자들로 이루어졌었다. 사고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도 그런 세월호와 같이 나라 자체나 그 나라를 이끄는 자들이나 다 위태롭기 그지없다. 어쩌다가 나라가 단 2년 만에 이 지경까지 되었는지. 답답할 뿐이다. 10년 전 오늘 세월호를 타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게 되어 가슴이 설렜을 그 생때같은 고등학생들의 영혼을 위해 향을 피우고 기도라도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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