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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Apr 21. 2024

조국과 한동훈의 꿈은 일장춘몽이 되는가?

아무도 마이너 리거에 관심이 없다.

조국혁신당이 12석을 차지했지만,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데는 8석이나 부족하다. 그리고 조국 대표의 바람과는 달리 아무도 그를 도울 생각이 없다. 조국혁신당의 바람은 거기까지일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에서는 여당만이 아니라 야당 아무도 조국 대표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상황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조국 대표가 승부를 걸 수 있는 마지노선은 15석 이상이었다. 그래야 군소정당과의 연합으로 교섭단체 구성을 시도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12석으로는 불가능한 꿈이 되어 버렸다. 총선 전 예상했던 14석을 건졌어도 희망의 불씨는 남아 있었을 것이다.     


총선 동안 조국혁신당은 오로지 조국 대표의 원맨쇼로 선거를 치렀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국민의 의식에서 조국혁신당은 조국 대표의 사당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아 있다. 게다가 조국 대표가 당의 정체성을 민주당의 좌측에 세팅하는 바람에 워낙 보수적인 한국의 정치 지형에서 운신의 폭을 스스로 좁히는 결과를 초래했다. 물론 많은 국민이 ‘김건희 리스크’에 염증을 내고 김여사를 법정에 세우고 싶어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일에 조국 대표가 깃발 들고 앞장선다면 누가 봐도 사적 복수가 개입되었다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아직 정치에 아마추어인 조국 대표는 개인적인 감정을 너무 드러내는 바람에 그런 속내를 누구나 눈치채게 된 것이다.

     

총선 후유증이 마무리되면 한국 정치는 다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라는 거대 양당 체제로 복귀할 것이다. 조국혁신당을 포함한 나머지 군소정당은 그 장단에 맞추어 생존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조국혁신당의 당수인 조국 대표가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의 최종 판결을 받는다면 조국혁신당은 당장 노선 투쟁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현재 조국혁신당은 윤석열 정권 타도 이외에는 뚜렷한 어젠다를 제시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국의 주도권을 쥐게 된 이재명 대표가 윤 대통령과 정치적 협상을 벌이는 자리에서 조국혁신당의 입장을 대변할 리는 만무하다. 권력은 나눌 수 없는 속성을 지닌 것이기에 이재명 대표는 당연히 총선 승리의 열매를 독식할 준비를 마치고 자기 나름의 수권 구상을 실천해 나갈 것이 뻔하다.     


민주당이 175석을 차지했기에 21대 국회에서처럼 패스트트랙과 같은 조처를 하기 위해서는 조국혁신당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에 무조건 협력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 겉으로는 조국혁신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형국이지만 만약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에 협력하지 않으면 바로 정체성 논쟁에 빠지면서 당의 존립 이유마저 의심받을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결국 조국혁신당과 조국 대표의 역할은 여기까지 일 것이다. 겉으로는 조국혁신당의 12석이 캐스팅보트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조국혁신당이 철저히 민주당에 종속되는 형국이 유지될 것이다. 결국 조국 대표는 아직은 마이너리거이기 때문이다.     


조국 대표와 마찬가지로 마이너 리거에 속한 한동훈이 윤 대통령의 식사 초대를 칭병으로 거절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조선시대 왕이 신하를 부르면 거절할 때 내미는 가장 흔한 카드가 칭병이라는 것을 책으로 읽은 모양이다. 그러나 세상은 한동훈의 지식보다는 조금 더 넓은 곳이다. 윤 대통령이 국정을 엉망으로 이끌고 있지만 정치 감각에서는 한동훈의 머리 꼭대기에 있다는 것을 이번 총선에서 잘 보여주었다. 한동훈은 조국 대표만이 아니라 윤 대통령도 결코 이기지 못할 것이다. 물론 총선 후유증이 서서히 가시게 되면 한동훈도 재등장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한동훈은 윤 대통령의 계략에 넘어가서 충분히 예상된 패전지장의 역할을 담당했기에 당장 기사회생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렇지만 한번 맛본 군중의 영웅이 돼보는 경험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니 한동훈은 무슨 수를 쓰든지 정치에 복귀할 것이다.


물론 신평이 말한 대로 한동훈은 조국에 비해 ‘깜’이 안 되는 수준임을 이번 총선에서 스스로 보여준 결과 재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누구보다 윤 대통령의 신뢰를 상실한 상황에서 홀로서기는 문자 그대로 mission impossible이다. 이재명 대표 또한 한동훈쯤은 이제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다. 정치인은 자기가 맞서 싸우는 상대의 수준으로 자라는 법이다. 그래서 지난 총선에서 한동훈은 이재명 대표와 맞서보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 보았지만 자체 역량의 모자란다는 사실만 드러내고 말았다. 게다가 총선 한 달 전에 혜성처럼 등장한 조국 대표의 빛에 가려 총선 막바지에는 그 존재감 자체도 거의 희미해졌다. 그래서 결국 남은 것이 네거티브 전략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얄팍한 수작으로 전세를 뒤집으려고 했다는 사실 자체가 한동훈의 능력의 한계와 그릇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 꼴이 되고 말았다.     


한동훈뿐 아니라 한때 거칠었던 한동훈 바람을 일거에 잠재운 조국 대표의 전망도 그리 밝지는 않다. 이재명 대표가 윤 대통령을 만나게 되면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그릇’이 달라지기에 더욱 그렇다. 총선 기간에 조국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최대한 예의를 갖추면서 민주당과의 역할 분담을 강조했지만 이제 곧바로 차기 대선 체제로 들어갈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을 대등한 파트너로 삼을 이유도 의지도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제 수박을 모두 골라낸 민주당으로서는 차기 대권을 노리는 것에 모든 역량을 기울일 것이다. 만약 윤석열 정권이 앞으로 계속 실정을 거듭하여 민심을 완전히 잃게 되어 탄핵이나 하야로 조기에 물러나게 된다면 조국 대표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아예 싹을 잘라버리는 것이 후환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강력한 팬덤을 지닌 조국 대표를 몰아치다가 역공을 당할 수 있기에 당분간은 위기관리 수준에서 조국 대표를 contain, 곧 봉쇄하는 작전으로 나갈 것이다. 그렇게 마이너 리그로 몰고 가면서 올해 안에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와서 조국 대표가 자연스레 차기 대선에서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것이 민주당으로서는 최선의 그림이 될 것이다.     


사실 한동훈은 ‘끕’이 전혀 안 되는 인물이고 조국 대표와 같은 확고한 팬덤도 없는 상황이기에 문자 그대로 낙동강 오리알이 될 공산이 크다. 다만 오늘 윤 대통령의 식사 초대를 거부하는 것과 같은 형식으로나마 존재감을 유지할 방도를 계속 모색할 것이다. 머리는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미 조·중·동도 하루아침에 안면몰수한 상황에서 한동훈이 기댈 언덕은 없어 보인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다는 말도 돌지만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지난 총선에서 그가 보여준 행보를 볼 때 당대표의 무게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국민이 대부분일 것이다. 한동훈은 평생 꽃길만 걸어오면서 항상 무대 센터를 장악해 본 경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번 총선에서 스스로 보여주었다. 한동훈이 정치계에 발을 들이고 싶다면 이재명 대표와 같은 바닥을 기면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남이 다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이나 얹는 정도로는 정치계는 언감생심일 것이다. 조국 대표도 고생은 했지만, 아직 단련된 모습은 전혀 아니다. 현재 이미지 메이킹에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정치는 이미지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조국 대표 역시 수련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서울대 법대를 나온 두 엘리트가 진정으로 정계에 나서고 싶은 뜻은 알겠지만, 그것이 진심이라면 메이저 리거가 되기 전에 반드시 마이너 리거로서 ‘짬밥’을 한참 먹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그저 건투를 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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