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ancis Lee Apr 29. 2024

국민의힘은 영원히 깨지 못 할 꿈인가?

윤 대통령은 바지 사장이 아니었다.

김여사가 기자와 나눈 이른바 7시간 대화 녹취록을 보면 윤 대통령이 우파가 아니라 좌파라는 고백이 나온다. 그런데 그런 윤석열 검찰총장이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옹립되어 마침내 대권을 잡았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경상도와 강남 그리고 문재인 정부에 지극히 화가 난 이대남 덕분이었다. 사실 대선 과정에서 드러난 윤 대통령의 ‘실력’은 상당히 문제가 있어 보였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강력하게 윤석열 검찰총장을 밀어붙였다. 실력이 없을수록, 정치 경험이 없을수록 더 좋았다. 그저 바지 사장으로 그 자리에 앉히고 실권은 국민의힘이 잡으면 된다고 본 것이다. 국민의힘만이 아니라 조·중·동을 선두로 한 이른바 수구 세력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막상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자, 상황은 급변했다. 바보인 줄 알았던 윤 대통령이 당 대표를 문자 그대로 ‘마음대로’ 바꾸면서 당을 장악해 버렸다. 그리고 수구 세력의 주문을 모두 거절하고 ‘내 맘대로’를 시전 했다. 그 결과 보선과 총선에서 참패했다. 그런데 그래도 윤 대통령은 변하지 않았고 국민의힘은 더욱 무기력해졌다. 윤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의힘이 허수아비가 되어버린 것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문제는 ‘김건희 리스크’였다. 윤석열 정권의 무능은 전적으로 윤 대통령의 책임이다. 그러나 정권의 예측 불가능성과 불통 고집은 김여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미 여론에 잘 알려진 대로 ‘김건희’는 용산에서 금칙어가 된 지 오래다. 천하의 조·중·동이 김여사 쳐내기에 공을 지극히 들이고 있지만 씨알도 안 먹히고 있는 현실은 김건희가 윤석열 정권의 알파요 오메가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물론 아무리 ‘김건희 리스크’가 크다고 해도 윤석열 정권이 민생 문제를 잘 해결했으면 큰 사달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가 거의 붕괴 직전이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 위기는 최고조에 달해있다. 미·일과 동맹을 맺고 중국과 단절하는 자세를 취했다가 발생한 엄청난 후유증에서 아직도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중국 경제가 악화하면서 그 여파로 발생한 쓰나미에 한국 전체가 쓸려 내려가고 있다.      


그런데도 정신 못 차린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라는 조직은 김건희의 ‘김’ 자만 나와도 고발을 남발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 권력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을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경찰도 한 수 더 떠서 디올 백을 선물한 최 목사를 스토커로 고발하기 위해 지극정성을 들이는 중이다.      


이런 무리수를 두는 것이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것은 전적으로 국민의힘의 무기력 때문이다. 도대체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의 영이 전혀 서지 않고 있다. ‘무능한’ 그리고 정치 초보인 윤 대통령을 바지 사장으로 앉히고 권력을 주물러보려던 국민의힘의 국회의원들은 오히려 전세가 역전되어 권력의 눈치나 보면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이어가는 전혀 정당답지 않은 모습을 시연하는 중이다. 도대체 어느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현재 국민의힘과 같은 무기력을 보이는 정당이 있을까?     


도대체 국민의힘은 왜 이런 무기력증에 빠지게 된 것인가? 당연히 경상도와 강남의 콘크리트 지지층 때문이다. 그들의 입맛에 맞게 극우적인 선동을 하고 민주당을 비난하고 맘에 안 드는 자들은 모조리 ‘빨갱이 딱지’를 붙여 욕만 하면 또다시 4년을 무사히 국회의원으로 보낼 수 있는데 구태여 ‘민생’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한국의 정치 지형에서 보수 진영의 공천만 받으면 5선 아니라 6선도 가능한 데 굳이 사서 고생을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이런 상황이니 윤 대통령보다 더 먼저 국민의힘이 22대 회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레임덕 현상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여소야대 정국이 윤석열 정권이 종식될 때까지 이어질 것이 확실해진 이상 굳이 무리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지역구 관리나 열심히 하면서 정권 교체 때까지 몸보신하고 있다가 차기 정권이 들어서면 또 순발력을 발휘하여 생존 모드에 들어가면 그만 아닌가?     


사실 한국의 보수 정당은 늘 이랬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 시대만이 아니라 이명박과 박근혜 시대에도 최고 권력자의 눈치만 보면서 몸보신에만 몰두해 온 것이 한국 보수 정당의 역사다. 이명박과 박근혜가 죗값을 치르는 동안에도 콘크리트 지지층의 지원으로 보수당의 의원들은 무사했다. 그런 역사를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 윤석열 정권이 붕괴하더라도 살아남는 방법은 이미 선배 의원들로부터 충분히 전수한 터다.     


이제 국민의힘은 소수 여당의 불명예와 불이익을 문자 그대로 몸으로 체험하는 4년을 보내게 될 것이다. 더구나 조·중·동조차 입에 담기 시작한 윤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 정국이 성립된다면 국민의힘의 위상은 더욱 바닥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래도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세상이 끝날 리는 만무하다. 경상도와 강남이 굳건히 버티고 있는 데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증오가 정치판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진보 세력에 대한 적개심을 적절히 불러일으키고 관리하는 재주만 익히면 국민의힘에서 천년만년 공천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은 이미 다 한 셈인 자들만 모인 국민의힘에 국민이 바랄 것은 사실 없다. 그저 몸보신과 재선 말고는 아무런 의지도 목표도 없는 자들이 108명이나 모여 있으니, 번뇌가 사라질 틈이 없을 것이다.     


일부는 한동훈의 복귀가 타성에 젖은 국민의힘을 되살리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예상 아닌 예상을 하고 있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미 윤 대통령이 용도폐기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안에 한동훈의 지지 세력을 심는 데 실패한 상황에서 아무리 윤 대통령이 지는 해라고 해도 대체자나 후계자의 꿈은 꿀 수도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총선 기간에 자기 능력을 보여줄 기회가 충분히 있었지만, 윤 대통령의 아바타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한 한계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홍준표가 국민의힘을 살릴 수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대구에서 안락한 생활에 젖어 사는 그에게 국민의힘을 환골탈태시킬 만한 역량도 의지도 없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결국 국민의힘이 살기 위해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유권자가 강력한 혁신을 요구해야 한다. 그러나 경상도와 강남의 유권자들이 그런 요구를 했다는 소식을 들은 바가 전혀 없다. 그러니 국민의힘은 ‘이대로’를 외치면서 전혀 변화를 보여주지 못할 것이다.     


물론 예상되는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만약 윤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 정국이 수립된다면 박근혜 시절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의 분열이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로 정권이 바뀌게 되면 생존을 위해서라도 당의 체질 변화를 시작해야만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오늘 이재명 대표를 만난 윤 대통령의 태도를 보아서는 탄핵은 물론 하야도 받아들일 생각이 추호도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은 이대로 다시 4년을 보낼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차기 대선이 가까워지면 외부에서 누군가 굴러들어 온 돌이 되기만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국민의힘이라는 간판을 빌려주고 대선 후보를 내세우면 적어도 국민의 40% 이상의 지지율은 따 놓은 당상으로 확보할 수 있다. 거기에 지난 대선에서와 마찬가지로 나이와 성별, 그리고 지역 차를 놓고 사회적 분열을 일으키면 누가 아는가? 또다시 0.73%p의 차이로 대권을 차지하게 될지.      


참다운 보수 정당이 없는 나라에서 짝퉁 보수, 더 나아가 짝퉁 극우 정당을 만들어 명맥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장한 일을 했다고 자평하는 정당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은 사실 없다. 그러나 한국의 다수를 차지하는 보수 세력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노력할 참다운 보수 정당이 없다는 비극적 상황이 보수 진영만이 아니라 진보 진영에도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이나 그 소속 의원만의 책임이 아니다. 그런 무기력하고 무능한 의원 108명이 모인 정당을 맹목적으로 밀어주는 경상도와 강남의 유권자가 더 큰 책임을 저야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어차피 쇠귀에 경 읽기이니 그들에게 충고할 의욕도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이런 식으로 무기력증에 빠져서 직무 유기를 하면서도 수백억 원의 세비를 받아 챙기는 현실은 아무리 보아도 타파해야 마땅하다. 과연 누가 나서서 이 과업을 수행할까? 희망이 없지만 희망을 품어볼 수밖에 없다. 한국에는 진보만이 아니라 보수도 존재하고 발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대 정당인 국민의힘이 그저 보수 진영의 깨어진 꿈으로 남기에는 돈이 아깝지 않은가? 더구나 그것이 다 세금인데 말이다. 윤 대통령 하야나 탄핵 정국이 수립되어서라도 국민의힘이 바뀌는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꿈에서 깨어나서 민주당과 더불어 나라를 굴러가게 하는 두 바퀴 가운데 하나의 역할에 충실하게 되는 날이 올까?

매거진의 이전글 정진석으로 ‘협치’가 가능하다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