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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기독교 교회가 더 이상 인기가 없는 이유는?

종교 개혁보다는 새로운 종교가 필요하다.

by Francis Lee

한국에서 기독교는 단일 종교로 최대의 신자를 확보하고 있다. 가톨릭은 500만 명 개신교는 800만 명 정도다. 물론 일부 개신교는 천만 성도 운운하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나마 이 신자들의 숫자도 감소추세에 있다. 특히 젊은 신자들의 비율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교회나 성당에 가보면 대부분 아줌마 할머니다. 절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기독교가 이런 상황을 보이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원래 기독교는 젊은 종교였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교주인 예수는 '청년'으로 알려져 있다. 30살에 출가하여 33살에 죽었으니 현대의 평균 수명을 기준으로 볼 때 예수는 청년으로 죽은 것이 분명히다.


그러나 그런 예수를 추종하는 교회는 늙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88세를 일기로 서거하자 그의 후계자를 선출하는 중인데 그 후보들도 대부분 70대 이상의 노인이다. 교회에서 목에 힘깨나 주는 신부나 목사도 40대 이상 50대가 주류를 이룬다. 개신교 교파 가운데 장로교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장로도 고령층이 대부분이다. 신자 대부분도 노령층이다. 교회가 늙었다. 그런 교회에 젊은이들이 안 가는 것이 충분히 이해되는 일이다.


교회가 인기 없는 이유 가운데 노령화 못지않은 것이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과거 유럽에서 일요일에 교회 가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일주일 내내 중노동에 시달리던 농민들이 잘 차려입고 멋지게 지어진 교회 건물 안에서 천상의 복음을 듣고 아름다운 노래를 듣고 이웃과 교제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일요일에 교회 가는 일은 매우 귀찮은 일이다. 일주일 내내 일하고 모처럼 주말에 쉬려고 하는 데 교회에 가서 '봉사'를 해야 하니 말이다 그래서 교회 가는 것이 나의 소중한 휴식 시간을 '희생'해야 하는 일이 되어 버렸다. 교회에 '노인'들이 모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늙어서 시간이 남고 할 일이 없고 마땅히 만날 사람도 없는데 교회에 가면 만나서 반갑게 인사하고 소통할 기회가 생기니 기꺼이 가는 것이다. 더구나 일요일에 따로 스케줄도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노령층 마로는 교회에서 재미를 느낄 세대는 별로 없다. '세상'에 재미가 넘쳐나는데 굳이 '따분한' 교회에 나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고령화 '노잼'은 교회의 인기가 시들한 이유 가운데 부차적인 것이 불과하다. 교회의 인기가 시들해진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기독교 신자들의 위선이다. 성경의 예수 이야기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거의 다 충격을 받는다. 예수가 말한 조건 없는 사랑이 실현 가능할 수 있다는 선전에 놀라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예수를 믿고 교회에 나와서 어느 정도 이른바 교회 생활을 하다 보면 대부분 '현타'가 오게 된다. 예수를 진실로 믿는다는 사람으로 넘치는 교회 안에 증오와 분노와 시기와 질투와 음모와 암투가 난무하는 현실을 보고 크데 당황하게 된다. 그런 실망스러운 마음을 고백하면 돌아오는 대답이 더욱 놀랍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니 이해하란다. 그런 곳이라면 다른 사람 사는 곳과 다름없다는 말인데 굳이 예수 이름을 들먹이며 위선을 떠는 자들 사이에서 고생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그래서 교회에 나가다 마는 이른바 노는 신자. 가나안 신자, 냉담자가 생겨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일요일만 되면 교회 주변이 주차난을 겪을 정도로 아직 한국 교회는 성황을 이룬다. 그리고 일요일만 되면 교회가 너무 시끄러워 동네 사람들의 원성을 살 정도다. 왜 그런가? 무엇보다 관성이다. 어릴 때부터 교회 다니던 이들은 그런 분위기에 익숙해서 편한 것이다. 사회생활에서 힘들었던 스트레스를 익숙한 교회에서 푸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또 다른 교회를 편히 여기는 층은 이른바 사회 부적응자다. 사회성이 부족하거나 사람들에 부대끼는 것이 싫은 사람이 역설적으로 교회를 즐겨 찾는다. 그곳에서 예수와 더 나아가 신과의 일대일 만남을 즐기는 것이다. 예수와 신을 상대로 호소도 하고 원망도 하고 기원도 하고 감사도 하면서 말이다. 혼자서 신과 만남을 가지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이들 외에 교회를 즐겨 찾는 이는 이른바 교회의 간부들이다. 교회에서 그럴듯한 직함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사회에서는 별로 잘 나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교회에 나오면 장로님 집사님 권사님으로 '님'의 대접을 받는다. 마슬로우의 인간 욕구 발달 단계서 상위에 속하는 인정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 더구나 그런 욕구를 예수를 위해 교회를 위해 '봉사'한다는 명분으로 채울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바로 이런 간부들이 교회의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 박장로파 김장로파로 갈려 세력 다툼이 시작되는 것이다. 어차피 교회도 사람 사는 곳이니 말이다.

교회가 소멸되고 있는 현상은 유럽만이 아니라 기독교의 로마제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신에 대한 믿음, 내세에 대한 확신, 부활 신앙이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여러 설문 조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단순히 교회를 안 나가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 신앙 자체가 약화되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약 22억의 기독교인들이 거의 정점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리고 기독교를 능가할 종교로 많은 전문가들은 이슬람교를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신의 입장에서 볼 때 이는 별로 큰 문제가 아니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가 믿는 야훼 하나님 알라가 결국 하나의 신적 존재인 것이니 말이다. 같은 신을 놓고 세 종교가 다른 이름으로 부르면서 다른 종교 제도를 수립하여 섬기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그 신이 보기에 자기를 야훼로 부르든 하나님으로 부르든 알라로 부르든 무슨 상관일까? 어차피 질투하는 신이니 자기만 좋아해 주면 그만 아닌가? 그것이 유대교든 기독교든 이슬람교든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 당연하다.


기독교가 완전히 소멸할 수는 없다. 수천 년 된 조로아스터교가 여전히 살아 있듯이 천년이 흘러도 기독교는 남아 있을 것이다, 다만 지금의 세계 최다 신자들을 확보하고 있다는 영광의 자리는 내놓게 될 것이다. 인류 역사로 볼 때 별로 큰 문제가 아니다. 유사 이래 수많은 종교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 대부분의 종교는 강력한 정치 세력의 명멸과 함께 했다. 기독교도 미국라는 현대의 로마제국이 붕괴하면 같이 몰락할 것이다. 인류 역사에서 정치 세력의 부침과 별개로 영원히 융성한 종교는 전혀 없다. 이슬람교가 융성한 것도 국교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미국을 등에 업은 기독교의 미래도 그래서 이미 정해진 것이다.


과연 이슬람교 이외의 어떤 종교가 기독교를 능가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야훼, 하나님, 알라로 불리는 그 신을 믿는 이들을 다 합하면 인류의 절반에 육박한다. 당장은 그 세력을 능가할 신은 등장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더욱 궁금해진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제 교회는 재미없는 곳일 뿐만 아니라 진리는 물론 윤리도덕도 담보하지 못하는 자들의 모임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입으로는 예수를 믿는다고 하고, 주여 주여 외치지만 예수 안 믿는 사람에 비해 윤리도덕적으로 우월하지도 않고 원수는커녕 이웃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죄인'들이 모인 곳을 누가 기꺼이 가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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