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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를 늦게 만난 이유는?

결국 모든 것은 신의 섭리다

by Francis Lee

국민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였다. 아버지께서 사 주신 한국 위인전기를 열심히 읽는 중이었다. 그 가운데 불국사를 세운 것으로 유명한 김대성의 이야기도 있었다. 그 내용 가운데 다보탑과 석가탑을 세우게 된 사연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김대성은 불교적인 믿음으로 다음 생에 부잣집에 태어날 것을 확신하고 죽었다. 그리고 그의 염원 대로 부잣집 아들로 다시 태어나 불국사를 건축할 정도로 대단한 재주를 지닌 인물로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성공 후에 전생과 후생의 어머니를 위해 석가탑과 다보탑을 세웠다는 이야기에 감명을 받은 나도 환생을 꿈꾸었다. 그래서 당장 종이를 오려 죽으면 들어갈 관의 모형을 만들었다. 그 모습을 보신 어머니가 그게 무엇이냐고 물으셨다. '응. 엄마 내가 죽으면 들어갈 관이야' 그 말을 들으신 어머니는 크게 화내시며 필자의 종아리를 멍이 들도록 때리셨다. 날 밤 울다 잠들었는데 누가 다리를 만지는 느낌이 들어 잠이 깼다. 가만히 눈치를 보니 어머니께서 필자의 종아리에 약을 바르고 계셨다. 필자는 짐짓 계속 잠든 척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께 자초지종을 다 말씀드리는 것이 어쩐지 내키지 않았다. 죽고 싶은 것이 아니라 다시 태어나고 싶었는데 그 사정을 잘 설명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불교적인 환생은 기독교의 영생과 연결되는 개념이라는 것을 그 당시에는 필자 자신도 전혀 알지 못했다.


사실 우리 집안의 종교가 불교는 아니었다. 막내였던 아버지께서는 큰집에서 드리는 모든 제사에 빠짐없이 참석하셨다. 큰 아들인 필자를 늘 데리고 다니시며 '잘 보아라. 너도 나중에 이렇게 제사를 지내야 하니'라는 말씀을 되풀이하셨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집안에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무당을 찾아 '풀이'를 하셨다. 그리고 초파일이 되면 절에 찾아가셨다. 탁발승이 오면 반드시 돈이나 쌀을 보시하셨다. 이제와 보면 우리 집안은 전형적인 종교혼합주의를 실천하고 있었다. 러나 이는 우리 집안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 당시 대부분 한국 가정은 우리와 같은 '신앙심'을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유교적 전통을 지키면서 수시로 무당에게 길흉을 점치고 탁발승만이 아니라 다른 이에게 적선을 하면서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 생기기를 바라는 기복신앙을 많은 한국인들이 실천하고 있었고 지금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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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오래 살면서 종교와 여행과 문화 탐방에 관심을 기울인 결과 지식으로 농사를 짓게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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