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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페세 Apr 22. 2020

내 인생의 스콘

스콘을 구워봤다. 난생처음

스콘(scone). 빵의 일종. 스칸이라 발음하기도 한다.

스코틀랜드에서 기원한 영국식 소형 퀵 브레드로 보통 밀, 보리, 오트밀을 재료로 하여, 베이킹파우더를 팽창제 삼아 만든다. 취향에 따라 견과류나 건포도 등을 섞기도 한다.

집에서 구워지는 스콘은 삼각형, 원형, 입방체 등 다양한 모양이다. 상업적으로 판매되는 스콘은 일반적으로 둥근 모양이다. 사람들이 집에서 스콘을 만들 때는 요리책을 보고 만들기보다 집안 고유의 방법을 따른다.

초창기 스콘은 납작하고 둥글며 크기는 작은 접시만 했다. 팽창제가 들어가지 않은 귀리를 가지고 번철 위에서 구워냈다. 베이킹파우더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자 스콘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오븐에서 구워지는 빵, 발효시킨 빵으로 변화하였다.

영국식 스콘은 달지 않고 짭짤하다. 미국식은 좀 더 딱딱하고 크고 달콤하다.

호주에서는 호박 스콘이 인기가 높고 뉴질랜드에는 굽는 대신 기름에 튀기는 그리들이라는 스콘이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치즈, 양파, 베이컨으로 토핑해 먹기도 한다...

-위키백과 내용 정리

반죽은 손으로 떼어도 되지만 나는 작은 와인잔을 이용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뭔가 몰두할 것이 필요할 때 하기 좋은 것이 요리다.

그 밖의 방법으로는 목공이 있을 수 있다. 물론 뜨개질이나 다트, 인형 눈 달기 등도 괜찮긴 하다.


어릴 때, 학업 관계로 고모 댁에서 한동안 살았는데 고모가 부업으로 <오비>라는 것을 하셨다.

고모뿐만 아니라 동네의 거의 모든 아지매들이 오비를 하였다.

오비는 자잘한 물방울무늬가 가득 프린트된 비단천을 뾰족한 코바늘이 달린 틀에 걸고 실로 하염없이 감는 일이었다.

어디 멀리로 수출된다는 것 말고 대체 그게 결국 무엇에 소용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고모와 아낙들은 처마 밑 들마루에 앉아 매일같이 하루 종일 그 단순하고 지루한 부업에 몰두하였다.

실을 치감고 침 발라 모으고, 다시 실을 치감고 침 발라 모으고... 그러면서 조곤조곤 수다를 떨거나 가끔씩 박장대소를 터트리곤 하면서. 이게 1980년대 경북 김천시 황금동 골목의 풍경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엄마들도 그랬다. 집에 마실을 와서는 밤늦게까지 고구마 줄기를 벗기거나 양말을 기우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엄마와 엄마 친구들 그냥 앉아 무료히 이야기만 나누는 걸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렇다. 속 시끄러울 땐 뭔가 몰두할 것이 필요하다.

글 쓰는 것도 좋고 산책도 좋고 숨이 턱에 찰 때까지 뛰는 것도 괜찮다.

그리고 빵을 굽는 것도 꽤 괜찮은 방법이다.


스콘에 도전해 보았다.

왜 스콘이었냐면 집에 있는 오븐레인지 사용설명서에 나온 요리 중 가장 만만해 보인 메뉴였기 때문이다.

재료도 간단해서 중력분이나 박력분 같은 밀가루에 버터 약간, 베이킹파우더, 우유, 계란만 있으면 된다.

밀가루는 체에 치면 좋고 소금 약간, 설탕 약간 넣고 버터를 조각내 밀가루와 주물러 섞는다. 밀가루가 노르스름하게 되면 잘 섞인 것이다.

여기에 계란을 넣고 우유를 조금씩 부으면서 손으로 주물러 반죽을 만든다. 찰흙놀이할 때보다 약간 될 만큼 치대면 된다.

입맛에 따라 건포도나 견과류를 넣어도 되지만 고유의 풍미를 느끼려면 생략하는 것도 좋다.

반죽을 랩이나 비닐에 싸서 냉장고에 넣고 한 시간 정도 보관한 뒤 모양 틀이나 손으로 모양을 내 표면에 계란물 살짝 발라 200도 오븐에 20분 정도 구우면 끝.

오븐 안에서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노랗게 익어가는 스콘들을 보는 재미란 무엇에도 견줄 수 없다.


왠지 마카롱이 될 것 같다.

스콘은 오븐에서 막 꺼내 따끈할 때 딸기잼과 같이 먹으면 최고다.

클로티드 크림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는데 굳이 찾을 필요는 없다.


조금 아는 척을 하자면, 클로티드(Clotted) 크림이란 말 그대로 뻑뻑하게 엉긴 크림이라는 뜻으로 영국 데본 지방에서 유래된, 스콘에 곁들여먹는 크림이다. 저온 처리된 우유 또는 유지방 함량이 많은 생크림을 가지고 집에서도 만들 수 있다.

80도 정도의 저온으로 오랫동안, 그러니까 10시간 이상 가열을 해서 표면에 엉긴 크림을 걷어내 실온에서 식힌 다음, 다시 냉장고에 넣고 8시간 이상 완전히 식히면 표면이 꾸덕꾸덕하게 엉긴 크림을 얻을 수 있다.

유튜브에서 본 클로티드 크림 만드는 법인데, 언제 이 짓을 하고 있냐 싶어서 크림은 생략하고 딸기잼이랑 같이 먹었다.


인생 첫 스콘은 한강에서 혼자 먹는 것이다.

인생 첫 스콘인데, 약 20개 정도를 한 번에 만들었고 식구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폭발적 반응에 비해 소비는 많이 일어나지 않아서 10개 정도는 이틀간 나 혼자 먹은 것 같다.


스콘은 식어도 맛있는데, 심지어 혼자 자전거 타고 한강에 나가 맹물과 같이 먹어도 맛있다.

야외에서는 뭐든 맛있어, 정도로 폄하할 게 아니라 정말로 맛있다.

자전거를 풀숲에 대충 뉘어두고 벤치에 앉아 루어 낚시하는 사람들 등짝을 구경하면서 스콘을 먹는 맛은, 통 김밥을 혼자 우적우적 씹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빵을 굽든 요리를 하든, 할 때의 팁이 있다.

어떤 음식을 만들고자 할 때는, 시작 전에 반드시 인터넷에서 그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검색해 두길.

그러면 그때 만드는 요리는 인생의 음식이 될 수 있다.

지금 나처럼 글을 한 편 쓸 수도 있고 말이지.


결론은;

속 시끄러울 때는 요리가 최고라는 것.

즉시 소환할 수 있는 전담 마사지사나 개인용 승마장이 없는 한 요리가 최고다.

물론, 처음이라면 스콘.


불쌍한 사람들. 잡히지도 않는 낚시질 하느라 스콘 맛도 모를 테지.
고소한 버터 내음을 뿌리며 오븐에서 스콘이 나왔다. 이 순간, 속 시끄러울 새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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