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추억>
J선배가 아이들에게 머릿니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도 태평하게 대했던 때는 동생과 내가 새우깡 한 봉지를 들고 하나씩 나눠 먹으며 집으로 돌아오던 그 해 길던 여름과 비슷한 계절이었다.
법천사지 당간지주 앞에 새롭게 지은 집에서 하룻밤을 유한 후에 이른 아침 신선한 공기를 마시러 나왔다.
안개가 잔뜩 껴서 뜨거운 하루가 되겠구나 생각하였다.
J선배는 한참 전에 일어나 버섯 농장을 살펴보는 중인 모양이었다.
생물학 전공을 살려 버섯을 키우는 사업을 몇 해째 하고 있었는데 새로운 농가소득을 창출하는 것은 쉽지 많은 않은 일인 것 같았다.
그래도 늘 밝은 모습으로, 그러나 과장되지는 않은 웃음으로 늘 대해줬다. 그 태평하게 늘 밝은 모습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아무에게도 말을 못 하고 혼자로 삭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때의 기억으로 너무 밝은 모습으로 웃는 사람은 홀로 삭히는 아픔은 없는지 살펴보게 된다.
고2 때 봤던 J선배의 환상적인 모습이 기억의 어느 한 편에 남아있는 때문이었을까?
교사가 아닌 농부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내게는 무척 낯설었다.
여러 생각을 하며 버섯 농장 앞까지 걸었다.
시골에서 맞이하는 여름 아침은 참 상쾌했다.
버섯 농장 문을 열어보니 붉은 백열등 밑에 J선배가 일하고 있었다.
J선배가 나를 보더니 와 보라는 손짓을 했다.
어색한 미소와 함께 뒤통수를 긁으며 다가가며 말했다.
"일찍 나오셨나 봐요?"
새벽 예배를 다녀오고 난 뒤에 계속 있었던 모양이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유리 병마다 버섯이 봉긋이 올라와 있었다.
종균 배양을 했던 거에 이제 막 새싹처럼 돋아난 거였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습한 공기가 몸에 좋을 리는 없겠지만 이 곳 농장 안의 습한 공기는 이상하리만치 신선하고 좋았다.
아마, 버섯이 내뿜는 뭔가 좋은 성분이 있는 것은 아닐까?
"버섯 예쁘지?"
버섯이 예쁘게 솟아나 있는 병 하나를 바라보며 일전의 그 멋진 웃음을 지었다.
그때보다 야위고 얼굴도 많이 검게 탔지만 깊은 눈빛은 그대로였다.
내 마음이 아픈 것은 생각지도 않고 버섯에 대한 예찬을 그렇게 한참이나 늘어놨다.
아침상을 물리고 난 뒤에 나는 다시 W시로 떠나게 되었다.
떠나는 나에게 J선배는 아이들의 머릿니는 괜찮으니 걱정 말라고 했다.
농약이나 화학약품, 화학물질이 많아져서 살 수 없던 머릿니가 친환경 농법이나 면 소재 등을 사용하면서 나타나게 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했다.
좋은 현상이라고 했다.
J 선배다웠다.
얼마 전, 유성호 선생님께서 痛이라는 글자에 대한 아주 의미 있는 해석을 해 주셨다.
그때, J선배가 생각났다.
어려웠던 시절, 내가 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을 때,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힘을 길러주셨다.
자연이 이토록 아름다운 것임을 알게 해 주었던 분...
지금은 쉽게 만날 수 없는 곳에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