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추억>
깎아 놓은 듯한 외모와 구릿빛 검은 피부, 그걸 감아 안아 주듯 하얀빛이 눈부신 드레스 셔츠, 그 드레스 셔츠를 양팔 모두 걷어 올린 채 한 손에 백색의 분필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 금테를 만지며 아이들의 대답을 기다린다.
답을 기다리며 마른침을 삼키는 J선배의 선이 굵은 목젖을 쳐다보았다.
나는 밋밋한 내 목을 만져 보았다.
아이들은 늘 보던 담임선생님과는 다른 모습에 생기를 찾는 모양이었다.
그 생기에 맛 들린 몇몇 녀석들이 J선배의 집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학교 앞에는 가로로 놓인 커다란 길이 있었고 강께로 나가는 길에 있는 삼거리에서 좌측 길로 들어서면 집이 여럿 있는 골목.
골목 안쪽 좌측 두 번째 집이었다.
진작부터 알고 있던 그 집은 조그마하게 문방구를 하던 곳이었다.
면내에 몇 개 있던 다른 문방구에 발걸음이 뚝 끊기고 그 집엔 온통 반 친구들로 들끓었다.
한편 여자애들의 눈이 높아진 탓에 은근한 경계를 하던 녀석들도 생겨났다.
나는 그런 것과는 좀 다르게 아까의 목젖과 그 머릿결이 참 부러웠는데 반곱슬이었던 내게는 바람에 날려 눈을 가리는 일도 없거니와 고갯짓 한 번으로 혹은 희디 흰 손가락으로 머리칼을 쓸어 넘기는 일은 애당초 글렀다.
반곱슬이라 그런대로 웨이브 진 머리를 했다지만 비를 맞거나 바람이 불면 참 볼만했다.
더구나 시골로 전학 온 지 얼마 안 되어서는 어디서 붙어 왔는지 모를 머릿니가 어느새 둥지를 틀어 알을 품었다.
시련의 시작이었다.
참빗으로 긁어내기 시작하고 뜨거운 물 세례를 받으며 급기야는 동생과 나 모두 머리를 박박 밀어야 했다.
스타일을 구겨 상처를 입은 나는 울어서 붉어진 눈을 엄마에게 흘긴 채 입에서는 침과 코를 흘렸다.
한번 사단이 크게 났으므로 다시는 박박 밀리는 일은 없었다고 해도 길어지면 단정치 못한 머리칼 때문에 스포츠머리를 해야 했다. 그나마 생떼를 부려 동생보다는 약간 긴 스타일을 고수할 수 있었다.
여름방학도 끝날 무렵 엄마는 날개형에게 돈 얼마를 주며 우리들을 데리고 이발을 해 오라고 시켰다.
개학 얼마 전까지 혼자 시골에서 행상을 꾸리시던 엄마는 방학을 며칠 앞두고 내려와 고단한 몸을 쉬게 하다가 밤톨같이 깎아 놓은 우리들을 데리고 시골로 내려가시곤 했다.
그날도 그렇게 이발소로 보낸 거였다.
그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