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추억>
고2가 되면서부터 가뭇가뭇해진 수염 수만큼이나 자신감이 늘었던 모양인지 애들은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무스라는 걸 가지고 와서 머리에 잔뜩 바르고 다녔다. 특히 Ahan이라는 친구가 길게 이어진 구레나룻까지 멋들어진 채로 곱슬머리를 착 감아올린 채 학교에 올라치면 나는 그저 민숭민숭한 내 코 밑을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었다.
별 게 다 비교우위인 고2 시절.
이게 다 사회 과목 때문이었다.
필요 없는 개념이 아이들의 부풀려 올려진 머리의 뽕만큼이나 잔뜩 들어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보다 더 촌스러울 수도 없던 그때에 나는 앞머리를 살짝 감아 내려 순한 모양새를 하고 다녔다.
모양이야 어떻든 다들 제 잘 난 맛에 살 나이들인지라 제 각각 여자 친구를 하나 만들어보려고 있지도 않은 요사를 다 떨곤 했다. 합기도에서 전날 배운 고양이 낙법을 하는 놈에, 교탁 위를 한 번에 뛰어오르는 놈에.
나란 놈은 배수관을 타고 등교를 했었다. 학교 아저씨의 고함을 피해 오르다가 창문을 넘어설 때의 쾌감이란...
여하튼 그런 유치함으로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때를 꽃피우고 있을 때 J선배가 나타났다. 아이들은-여자아이들이- 열광했다.
하얀 와이셔츠에 까만 정장을 입고 금테를 쓴 모습으로 선 모습은 남자인 내가 봐도 설렜다.
"아. 저런 남자도 있구나."
코밑이 민숭민숭한 것이 나를 똑 닮았는데. 느낌은 좀 달랐다.
공포의 외인구단에서 본 듯한가 하면-마동탁- 어쩐지 강신재 씨의 '그'가 연상되기도 했다.
"강석우다, 강석우."
느닷없이 소리치는 바람에 소리 나는 쪽을 향했다가 다시 앞을 바라보니 하얀 이를 여덟 개 고르게 뿌리며 J선배가 웃고 있었다.
바람이 살랑, J선배의 머리칼을 빗어 넘기었다.
'오오 캡틴 마이 캡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