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추억>
아이들의 머리에 이가 있는 말을 듣더니 언젠가의 J선배는 그다지 놀라지도 않는 표정을 지었다. 남다른 육아법으로 아이들을 키워온 것은 알았지만 머릿니가 있다는 말을 듣고 난 뒤에도 저렇게 태평하다니...
좀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에게, 호들갑인 홍에게 J선배는 한편 좋은 일이라고까지 얘기했다.
J선배는 오늘 어떤 줄기를 잡고 이야기를 풀어 나갈 것인가?
생물학 석사였던 J선배와 오대산을 간 적이 있었다. 점심으로 싸 온 김밥을 손으로 집어 먹으려는데 근처 나뭇가지를 꺾어오더니 젓가락을 만들어 주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J선배가 그런 일을 한 치의 망설임도 하니까 일행 모두 어안이 벙벙해져 있었다.
놀란 우리에게 J선배는 좀 꺾어주면 튼튼히 자란다는 알아듣기 힘든 말을 했다.
또 한 번은 동해 두타산을 간 적이 있는데 암릉에서 쉬고 있던 내 앞에 난생처음 보는 곤충이 날아들었다.
풍뎅이처럼 생겼는데 금빛이 찬란했다. 집어가서 표본을 만들까 어쩔까 했는데 이내 마음을 접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런 곤충을 본 걸 얘기하며 혹시 알겠냐고 J선배에게 물었더니 다음에는 꼭 잡아오라는 거였다.
멸종하면 어떡하냐고 했더니만 내 눈에 띌 정도의 곤충이라면 개체 수가 많은 거라고 엉뚱한 소리를 했다.
이런 J선배이고 보니 아이들 머리에 머릿니가. 나왔다고 해서 호들갑 떨 위인이 아니었다.
어찌 보면 '홍당무(쥘 르나르 作)에 나오는 옆집 할머니의 태평스러운 모습과도 비슷했다.
딱 우리 만한 나이였을 때의 홍당무가 아침 내 잡아 놓은 머릿니를 식초에 담가 죽이고 있는데 하나를 집어 입으로 넣더니
"팥이 좀 시구나." 하셨던 옆집 할머니.
이제 와 생각하니 J선배의 태평함이 그 할머니를 무척 닮았다.
그런 J선배를 만난 건 남자가 되어간다는 고2 무렵의 어느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