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다현 철학관 Apr 09. 2024

인생 첫 성교육

1화, 아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거예요?

그냥 갑자기 결혼에 대한 글을 쓰다가 초등학교 때부터 겪었던 보편적인 대한민국 여성으로서의 성 경험에 대해서 써보고 싶었다. 익명으로 썼으면 좋았겠지만, 아니어도 뭐 어쩌겠나. 아마도 시간 순서대로, 기억나는 대로 풀어보게 될 것 같다.




나는 유년시절 영국에서 유치원, 초등학교를 다니다가 3학년 때 한국으로 돌아왔다. 영국에서 있었던 일들은 인생 첫 기억처럼 다 기억이 나고 오히려 이전에 한국에서 살았던 기억이 거의 없다. 그렇게 영국은 나의 제2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영국에 살았을 때, 옆집에 Alex(이하 알렉스)라는 우리 오빠와 동갑내기 친구가 있었다. 나는 걔를 좋아했다. 막 뽀뽀도 하고 그랬던 게 기억이 난다. 그리고 영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 지금 생각해 보면 충격적이지만 8살 나이에 이미 섹스를 경험한 애들도 있었다. 알렉스네 엄마는 중학교 과학 선생님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첫 성교육 해줬던 사람이 바로 알렉스네 엄마 Shona(이하 쇼나)였다. 쇼나에게는 3명의 자식이 있었는데, 알렉스, 둘째 테사(Tessa), 막내 메건(Megan)이다. 영국에 있는 내내 오빠랑 알렉스랑, 나랑 두 딸들이랑 친하게 지냈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아빠랑 쇼나랑 메일을 주고받으며 오랫동안 연락을 했다. 지금은 믿기 어렵겠지만 쇼나랑 나랑 와츠앱(whatsapp)으로 안부를 묻고 종종 사진을 주고받는 사이다. 내가 언제든 영국에 갈 일이 생긴다면, 자고 갈 수 있는 나에게는 이모 같은 사람이다.


그때 쇼나가 나에게 무슨 성교육을 해줬냐면, 너무 어려서 자세한 내용은 말해주지 않았던 것 같지만, 아기가 어떻게 생기는지 알려줬다. 그때의 순간도 기억이 난다. 2층에서 내려오는 계단 밑에서 부엌으로 가는 문 앞, 우리가 그런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우리를 마주친 쇼나가 지나가다가 우리 이야기를 듣고 제대로 정정해 주었던 기억이 있다. 근데 정자와 난자가 어떻게 만나는 건지는 알려주지 않았고, 딱 그 부분만 빼고 말해줘서 어떻게 만나는 건지 되게 궁금해했던 기억이 있다.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사건은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이다. 여자 넷이서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저녁 5시쯤에 모여서 줄넘기를 하러 가기로 했는데, 길에서 우리를 부르는 낯선 남자의 손짓이 있었다. "얘들아, 잠깐 여기로 와볼래?"

작가의 이전글 그녀의 책 후원으로 시작된 글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